내수를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고용 관련 지표에 훈풍이 불고 있다.

비교적 높은 3분기 성장률과 산업생산 증가 등이 고용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취업자 증가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50∼60대, 단순노무자 등이 많아 일자리의 질 측면에선 좋아지고 있는 추세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산업생산 호조 힘입어 제조업 일자리 늘어

큰 틀에서 고용 관련 지표는 대체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10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4만8천명 늘어난 2천629만8천명으로, 지난 5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6.2%로 0.5%포인트 올랐고, 전체 실업률은 0.1%포인트 내린 3.1%로 23개월 만에 가장 낮게 떨어졌다.

고용 회복세는 청년층(15∼29세)에서 더 두드러진다.

청년 실업률은 작년 같은 달보다 0.6%나 떨어진 7.4%였다.

이는 2015년 5월(7.4%) 이후 2년5개월 만에 최저치다.

청년 고용률은 작년 같은 달보다 1.1%포인트 오른 41.7%였다.

이처럼 고용시장이 개선된 것은 내수를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제조업 일자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2%로 2010년 2분기의 1.7%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높았다.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출은 성장률을 0.7%포인트 깎아내렸지만, 내수 부문이 1.9%포인트 상승을 가져왔다.

또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내수 진작을 위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지난 9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2.4% 증가, 54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그 결과 10월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만1천명(4.4%) 늘었다.

이는 14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서비스업도 29만2천명 늘면서 증가세를 이끌었다.

◇ 고용사정 나아졌지만 '좋은 일자리'는 부족

그러나 고용동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50∼60대를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어난데다 단순노무직 증가세가 여전해 '고용의 질'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업별로 봤을 때 경비, 배달, 건물 청소 등의 업무를 하는 단순노무 종사자 증가폭이 4.1%(13만 6천 명)로 가장 컸다.

단순노무 종사자는 전체 취업자의 13.2%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와 사무종사자는 각각 2.6%(13만6천명), 2.8%(11만9천만명) 증가했다.

지위별로 보면 상용근로자가 48만7천명(4.6%) 증가했고 임시근로자는 10만1천명(2.0%) 늘었다.

청년층보다는 50대 이상 고령층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흐름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50대 취업자는 12만5천명, 60세 이상은 13만6천명 늘어 15∼29세 취업자보다 증가폭이 더 컸다.

40대 취업자도 3만3천명 증가하는 등 전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늘어난 가운데 인구가 감소한 30대 취업자만 4만7천명 줄었다.

지난달 실업률은 2013년 11월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자, 입사시험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를 고려한 체감실업률은 10.5% 수준이었다.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601만2천명이었다.

이 가운데 학원수강 등을 통해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은 63만7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만2천명(14.7%) 늘었다.

◇ "양질의 일자리 늘리려면 R&D 투자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양 정책이 고용증가 효과를 불러왔다고 평가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고용지표가 나아진 것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효과가 제일 크고, 기준금리 인하로 건설경기가 좋아진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실장은 "경기가 3분기 들어 좋아졌는데 일자리가 바로 좋아졌다면 대부분 임시 비정규직 등 단기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은 경기상황과 약간의 시차를 두고 변화가 나타나는 후행지표인 만큼 통상 경기가 좋아졌다고 해도 기업들이 바로 인력을 늘리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대기업들이 기업 구조개편을 하면서 인력조정을 함께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안정적 일자리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측면에서 기업이 R&D 투자와 관련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강소기업을 많이 키워 일자리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에 내수·소비 개선 효과 때문에 경기가 호전되면서 고용이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이런 현상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중국 등 세계경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수출이 계속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위원은 "고용의 질 측면에서 봐도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조업은 장기 계약직 중심이라 고용의 질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그쪽 경기가 좋지 않다"며 "일자리 안정성이 낮은 서비스업 부문이 경기회복 흐름을 주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의 양과 질을 높이려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며 "성장 잠재력은 그대로인데 고용의 양을 늘리면 고용의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입장에선 단기적인 부양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장한다는 기대가 있어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박초롱 김수현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