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연금은 '개혁 열외'?…매년 1조3000억 '세금 투입'
정부가 3대 직역연금 중 하나인 군인연금에 대해서만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군인연금 개혁이 늦어지면서 내년에만 적자액 1조3000억원 이상을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 모두 표를 의식해 군인연금 개혁을 주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에도 1조3000억원 이상 지원

9일 기획재정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군인연금 보조금으로 1조3665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올해(1조3431억원)보다 234억원 늘어난 규모다. 반면 꾸준히 증가했던 공무원연금 보조금은 올해 3조1321억원에서 내년 2조3543억원으로 7778억원 줄어든다. 지난 5월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공무원이 부담하는 보험료의 부담률을 현행 7%에서 9%로 높였고 연금액 산정 기준이 되는 지급률은 단계적으로 현행 1.9%에서 1.7%로 낮추기로 했다. 정치권은 사학연금도 같은 수준으로 개혁하기로 하고 올해 안에 관련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내년 예산안에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부담률과 지급률을 각각 8.0%와 1.878%로 똑같이 반영했다. 또 연금인상률은 개혁안에 따라 동결시켰다.

◆군인연금은 수수방관

하지만 예산안에 적용된 군인연금의 부담률과 지급률은 각각 7.0%와 1.9%로 다른 두 직역연금보다 혜택 수준이 높다. 공무원연금보다 ‘덜 내고 더 받는 방식’이다. 또 연금인상률은 물가상승률에 맞춰 올리기로 했다. 이런 내용은 개혁하기 전의 공무원연금과 같은 수준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형평성 차원에서 공무원과 공무원에 준하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직역연금의 부담률과 지급률 수준은 같았는데 군인연금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기존의 기준을 적용해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군인연금 개혁 지연으로 국민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1960년에 도입된 군인연금은 1973년 고갈돼 이듬해부터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보조금은 2010년 1조566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겼고 올해까지 누적 지원액은 1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회계결산 기준으로 군인에게 언젠가 줘야 하는 군인연금 충당부채는 119조8000억원에 달했다. 총 국가부채(1211조원)의 9.8%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군인연금 수령 인원은 3만9533명이었다. 정부는 이 인원이 2020년 10만5067명, 2050년 15만4612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채봉 국방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군인연금도 당연히 개혁을 해야 하지만 만 60세 이상까지 정년을 보장해주는 공무원연금과 달리 계급정년이 있는 군인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앞두고 표 의식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군인연금 개혁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면서 올해 안에 군인연금을 개혁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정치권이 반발하자 하루 만에 ‘검토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최근 국회에서 사학연금도 개혁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군인연금에 대해선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정부 관계자는 “결집력과 보수 성향이 강한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금이기 때문에 내년 총선 이전에는 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08년 3대 직역연금을 개혁할 때도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은 2009년에 개선했지만 군인연금은 이보다 2년 늦은 2011년에야 개혁 작업을 마무리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