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SK네트웍스의 워크아웃 졸업 등 SK그룹이 고비를 넘길 때마다 그 중심에는 재무 전문가들이 있었다.

재무 전문가들이 주도해 SK 역사에 족적을 남긴 굵직한 이벤트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SK는 전했다. 첫 번째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다. SK는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그룹 재무팀이 전환 작업을 주도했고 지주회사 출범 이후 계열사 매출과 순이익 등은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에는 SK(주) 재무 전문가들이 그룹의 ‘큰 숙제’였던 SK(주)와 SK C&C 간 합병을 원활히 이끌었다. 양사 간 합병은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재무 전문가들이 전면에 나서 다양한 기업설명회(IR) 활동 등으로 합병법인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을 끊임없이 설득했다. 그 결과 합병에 반대했던 국민연금을 포함해 대다수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국면에서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그룹 재무팀 중심으로 비핵심자산 매각, 비용 절감, 금융권 대출 확대 등 계열사의 생존계획을 실행했다.

지난해 유가급락의 여파로 37년 만에 영업적자를 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상반기 비핵심자산 매각에 나섰다. 이 실무작업은 차진석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전무)이 주도했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 천연가스 수송법인인 TgP 지분 등 상당수 비핵심자산 매각을 상반기 중 마무리 지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9%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올해 2분기 104%로 줄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개선을 반영해 지난 7월 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 SK종합화학 홍콩 투자법인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Baa2로 상향 조정했다.

세 번째는 하이닉스 인수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대한 재무·전략적 지원이다. SK텔레콤이 2012년 하이닉스를 SK하이닉스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서 SK텔레콤 ‘재무통’들은 인수가격 산정과 미래가치를 분석해 하이닉스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기여했다.

SK그룹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의 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분석과 판단이 점점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