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동제 이틀…신한·우리·하나은행 웃었다
자동이체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간편하게 바꿀 수 있는 계좌이동제 시행 이틀간 신한은행이 가장 많은 신규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선방’ 수준의 성적을 올렸다.

반면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새로 확보한 거래고객보다 다른 은행으로 이탈한 고객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 시행 초기여서 실적에 일희일비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은행권의 분위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집토끼’(기존 고객)를 지키면서 ‘산토끼’(다른 은행 고객)를 끌어오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금융결제원과 은행업계에 따르면 계좌이동제 본격 시행 이후 2영업일(10월30일, 11월2일)간 자동이체 계좌를 바꾼 금융소비자는 총 3만4517명(중복 신청자 포함)이었다. 계좌 변경을 위해 금융결제원의 자동이체 통합관리시스템 페이인포(www.payinfo.or.kr)에 접속한 21만2970명 중 16%가량이 자동이체 계좌를 기존 거래은행에서 다른 은행으로 바꾼 것이다.

주요 은행별 계좌변경 현황을 보면 신한은행이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 500여명에 이어 지난 2일 800여명의 고객이 순증가했다. 기존 고객 중 자동이체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긴 사람보다 다른 은행의 자동이체 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옮긴 사람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우리은행도 2영업일 동안 거래고객이 800명가량 순증가했다. 계좌이동제 시행 첫날인 지난달 30일 500여명에 이어 2일에도 300여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이틀간 3000여명이 자동이체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겼지만 3800여명이 우리은행으로 계좌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도 2영업일 동안 약 500명의 신규 거래고객을 확보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KEB하나은행은 첫날(지난달 30일)에는 신규 고객이 늘었지만 둘째 날(2일)에는 다른 은행으로 갈아탄 고객이 더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도 계좌이동제 시행 후 이틀간 1700여명이 다른 은행으로 자동이체 계좌를 옮겼으나 1900여명이 기업은행으로 계좌를 옮긴 덕분에 약 200명이 순증가했다.

반면 농협은행은 2영업일간 신규 고객 수보다 이탈 고객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탈 고객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도 이탈 고객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탈 고객 수 자체는 많지만 거래가 거의 없던 비활동 고객이 빠져나간 것”이라며 “오히려 우량 고객은 늘어난 데다 셋째 날에는
고객 수도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계좌이동제 이용자가 아직 미미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거래계좌를 옮기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금은 통신료, 보험료, 카드결제대금 등 세 가지로 한정된 자동이체 항목이 내년 2월부터 공과금, 월세 등으로 확대되면 은행 간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계좌이동제

은행 주거래계좌에서 자동이체되는 통신비, 보험료 등을 다른 은행 계좌로 손쉽게 옮길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결제원 페이인포에 접속하면 자동이체 계좌를 해지·변경할 수 있다.

이태명/김은정/박한신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