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사업 집중하자"…사업재편으로 체질 바꾸는 기업들
사업 재편은 최근 재계의 ‘핫’ 트렌드다. 계열사들이 벌이고 있는 비슷한 사업을 통폐합하거나,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 그 돈으로 핵심 사업에 투자하는 식이다. 무엇을 해도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대가 끝나면서 이제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사업만 집중해서 하겠다는 얘기다. 승계 문제가 걸린 곳은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해 주력 계열사를 통합하기도 한다.

핵심사업에 주력한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이다. 2013년 말부터 사업 재편을 본격화, 전자와 금융업을 제외한 화학·방위산업 회사를 팔고 외식사업 등은 분사했다. 올초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네 곳을 한화그룹에 파는 ‘빅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 이어 최근 삼성SDI의 케미컬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에 넘기기로 했다. 시너지가 나는 방향으로 사업을 한 회사에 몰아주기도 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전기의 비주력 사업 분사 등도 잇따랐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추가 사업 재편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제철은 2013년 자동차용 판재를 생산하는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을 넘겨받은 데 이어, 올해 남아 있던 이 회사를 아예 합병했다. 동부특수강도 인수했다. 현대제철을 자동차용 강판 종합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LG그룹은 최근 LG화학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조명 패널 제조사업을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에 양도하기로 했다. 소재 사업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LG상사는 올 들어 방계 회사였던 범한판토스를 인수했으며, LG전자의 물류 자회사 하이로지스틱스 인수도 추진 중이다. 또 그룹 내 태양광 발전사업 계열사 LG솔라에너지와 비슷한 사업을 하는 계열사 서브원을 최근 합병했다.

SK그룹은 ‘옥상옥(屋上屋) 지배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8월 초 SK C&C를 SK(주)에 통합했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 가스수송법인, 포항물류센터, 인천 유휴지 등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화L&C 건재부문과 제약회사인 드림파마, 광고회사인 한컴, 하수처리 업체인 군포에코텍을 매각했다. 대신 삼성으로부터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등을 사들여 주력인 화학·방산사업을 강화했다.

포스코는 올해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미국 내 강관회사인 USP를 러시아 회사에 각각 넘겼다. 슬래그 파우더 제조사인 포스화인도 올 4월 매각했다. KT도 올해 알짜 계열사인 KT렌탈과 KT캐피탈을 매각하는 강수를 둬 재무 부담을 덜었다.

LS그룹은 알짜 자동차 부품회사 대성전기공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LS 관계자는 “그동안 벌여놓은 사업 가운데 핵심 사업과 관련성이 떨어지거나 돈을 못 버는 곳, 미래 사업이지만 계속 돈만 까먹는 회사 등을 이번에 과감히 정리하고 매각 자금으로 전선 등 핵심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성장 시대의 해법으로 각광

사업 재편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저성장이 굳어져 더 이상 자생적 성장이 어렵자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움으로써 자본수익률을 높이는 게 첫 번째다. 대규모 M&A가 종종 벌어지는 게 그 이유다.

한화가 주력 사업인 화학과 방산부문 회사를 삼성그룹에서 사들인 것, 롯데가 삼성의 정밀화학사업을 인수하기로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LG화학이 OLED 사업을 LG디스플레이에 넘기는 등 그룹 내부에서 비슷한 사업을 한 곳으로 몰아주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승계 문제가 걸린 곳은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해 주력 계열사를 통합하기도 한다. 한진그룹은 올 7월 한진칼이 정석기업 투자부문과 합병하면서 2년 가까이 추진해온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했다. 삼성그룹은 오너 3세들이 지분을 가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켰다.

몇 년간의 불황으로 재무상황이 어려운 곳들은 체질 개선을 위해 뛰고 있다.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철강·정유업계는 생존을 위해 비주력 사업 매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부하이텍 동부팜한농 등의 매각을 진행 중인 동부그룹도 그런 사례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 속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선제적 사업 구조조정은 필수적”이라며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계열사 통폐합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