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사상최대…연말 주식시장 달군다
자사주(자기회사 주식)가 연말 주식시장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9월 이후 삼성전자 한화생명 SK텔레콤 GS건설 현대모비스 네이버 등 27개 주요 상장기업이 잇달아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을 발표하면서다.

저성장과 기업의 수익성 둔화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상장회사들이 보유 현금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또 다른 쪽에선 “투자 재원으로 써야 할 돈을 주가 부양에 쏟아붓고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을 발표한 기업의 자사주 취득금액(예정액 포함)은 9조7696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4조8996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고 2013년(1조6512억원)보다는 다섯 배가량 늘었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발표하고 나선 것은 실적과 주가 정체를 타개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상승하면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발표 뒤 이틀 동안 4.89% 올라 4개월 만에 130만원 선을 확고하게 다졌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성장 정체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네이버도 지난달 28일 자사주 매입 공시를 한 뒤 6.38% 반등했다. 현대모비스는 9월 말 자사주 매입 발표 뒤 한 달여간 15.66% 올랐다.

김동욱/민지혜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