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사업재편으로 '실탄' 4조 확보…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사업 '가속페달'
삼성그룹이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승부수를 띄웠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삼성SDI에 4조원이 넘는 자금을 넘겼다. 이 회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수종사업으로 정해 육성 중인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삼성SDI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난달 중국에 배터리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유럽에도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자 생산규모를 현재의 10배로 늘릴 계획이다.

배터리에 4조원 투자여력 확보

삼성이 지난달 30일 삼성SDI 케미컬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 3개사를 롯데케미칼에 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인수합병(M&A) 관련 기업 중 삼성SDI가 가장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내년 상반기에 이 거래가 완료되면 삼성SDI는 2조5454억원을 확보한다.

이번에 롯데케미칼에 팔기로 한 케미컬부문 지분 90%는 2조3265억원, 정밀화학 지분 14.65%는 2189억원이다. 삼성SDI의 케미컬부문은 원래 삼성SDI가 하던 사업이 아니다. 옛 제일모직을 작년 7월 합병할 때 얻은 2개 사업부(케미컬, 전자재료) 중 하나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은 현금 유동성을 1조원가량 갖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SDI는 작년 말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이 상장할 때 구주 4%를 팔아 2650억원, 올 4월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 지분 11%를 한화에 팔아 1855억원을 확보했다. 또 지난 8월 삼성BP화학 지분 29.2%를 삼성정밀화학에 매각해 819억원을 손에 쥐었다. 작년 7월부터 이렇게 확보한 돈이 4조원을 넘는다.

세금 등을 내고도 3조원 넘는 돈이 삼성SDI에 유입된다. 이런 연이은 자금 확보는 우연이 아니라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자동차 배터리사업을 키우기 위해 삼성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2020년까지 생산규모 10배로 확대

삼성SDI의 경영여건은 녹록지 않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소형 배터리사업은 스마트폰 사업환경 변화로 실적이 악화됐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리튬이온 대신 리튬폴리머로 바뀌었고, 기본으로 제공하던 배터리도 두 개에서 한 개로 줄었다. 태양광과 PDP사업은 지난해 접었다. 이번에 케미컬사업에서도 손을 떼기로 했다.

2009년 시작한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그동안 9000억원을 투자했으나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말에나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했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만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올해 233만대에서 2020년 630만대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파문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조남성 삼성SDI 사장은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유럽과 중국은 환경규제 등으로 전기차 개발이 활발하다”며 “삼성SDI는 앞으로 출시될 전기차에서 주요 배터리 공급회사로 주도권을 잡았다”고 말했다.

자금이 확보된 만큼 삼성SDI는 커지는 시장을 잡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김익현 삼성SDI 상무는 최근 “케미컬부문 매각 자금은 자동차 전지사업에 쓰일 것”이라며 “2020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해 생산규모를 약 10배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국에 이어 유럽에도 현지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중국에선 지난달 시안 공장을 완공했다. 유럽에선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을 돌아보며 토지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