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투명성 제고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최근 불거진 (경영권 분쟁 관련) 일들은 이런 노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저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정상적 경영활동에 집중하겠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12일 인천 중구 운서동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상생 2020' 선포식에 참석해 형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신 회장은 30일 삼성 화학계열사들을 무려 3조원에 인수하는 초대형 딜(거래)를 성사시키면서 자신이 강조한 '정상 경영'을 실천하고, 그룹 경영권을 실질 장악하고 있는 '총수'의 입지와 결단력을 보여줬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일각에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조직적인 공세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빅딜'이 이뤄진 만큼 롯데그룹 내부와 주주의 동요를 잠재우고 장악력을 과시하기 위해 인수 시점을 조절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을 의식해 특별히 서두른 것은 아니지만, 대외적으로 신 회장이 흔들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경영에 임해 그룹의 미래를 바꿔가고 있다는 점을 주주 등에 확실히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일 롯데의 실질적 지주사,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신동주·동빈 형제의 개인 지분이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경영권 경쟁을 벌이는 형제가 홀딩스 지분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종업원·임원 지주조합을 각자 자신의 '우호 지분'으로 끌어들이려면 '경영 역량' 입증은 필수적인 상황이다.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동생 신동빈 롯데 회장의 중국 사업 손실 이력을 계속 공격하는 것이나, 반대로 신동빈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의 홀딩스 이사 해임의 배경으로 '독단적이고 무리한 인수·합병(M&A) 시도'를 계속 거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단 신 회장은 올해 들어 이미 KT렌탈·뉴욕팰리스호텔 등 1조원 안팎의 초대형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사시킨데 이어 이번에 3조원에 이르는 삼성 화학계열사를 모두 쓸어담으면서 주주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한국 롯데의 지주사, 호텔롯데의 매출과 영업이익의 80%이상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의 영업 특허 재승인 건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만약 롯데가 이번 특허 유치전에서 서울 시내 두 곳(소공점·잠실 월드타워점) 가운데 하나라도 다른 업체에 뺏길 경우, 신동빈 회장의 경영 능력이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신 회장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까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