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 '화학 빅딜'] 유화 구조개편 신호탄 되나…TPA 생산 기업들 '물밑 조율'
석유화학 업계는 삼성·롯데 간 이번 ‘빅딜’이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 구조개편의 ‘신호탄’이 될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석유화학 업계가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석유화학산업의 구조개편은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할 문제”라며 난색을 표시해왔다. 한국석유화학협회장이기도 한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도 “일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구조개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업별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구조개편은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업계에선 “삼성·롯데 간 빅딜을 계기로 시장 주도의 산업 구조개편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물밑’에선 중국발(發) 공급과잉 여파로 최근 수년간 어려움을 겪어온 고순도 테레프탈산(TPA) 제조기업 간에 사업 구조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윤 장관은 최근 한 행사에서 “석유화학은 TPA 등의 분야에서 조정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나는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조율이 어렵다”고 말했다.

TPA는 중국 기업들이 주도해 2012~2013년 이뤄진 대규모 증설 여파로 가격이 40% 폭락해 곤경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한화종합화학 삼남석유화학 등 TPA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들이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역시 울산에 있는 TPA 생산라인 두 곳 중 한 곳의 가동을 최근 중단하고, 이곳에서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인 고순도이소프탈산(PIA)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