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 감독권 한국은행에서 관세청으로
정부 '환전업 개편방안' 발표…환치기·불법거래 판치는 환전업 '양성화'

은행에서만 가능했던 외화송금을 뱅크월렛카카오 같은 모바일앱과 환전소에서도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은행과 핀테크 업체, 환전상들 간 송금 수수료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현재 외환송금 수수료는 은행이 건당 3만∼4만원인데 비해 불법으로 송금을 해주는 환전업체들은 1만원 내외를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환전업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연내 시행령을 개정해 일정 요건을 갖춘 환전업자들이 외환이체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일부 환전소의 불법거래를 양성화하고 내국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외국인 근로자나 관광객 밀집지역에 몰려 있는 환전소는 영세 업자들이 난립한 데다 감독과 제재가 미미해 불법 자금세탁·환치기 창구로 이용되는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

정부가 연내 제출할 계획인 시행령에는 환전업자는 물론 핀테크 업체 등 일반 기업에도 외환이체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다.

외환이체 업무의 빗장이 풀리는 셈이다.

다만, 이들 업체가 시중은행과 협업해 외화 송금업무를 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현행 전자금융업법상 자금이체업을 하려면 자본 규모가 30억원 이상이어야 하지만, 환전업 규모가 작은 점을 고려해 정부는 자격 요건을 30억원보다 낮춰줄 계획이다.

환전소나 모바일앱을 통해 외화이체를 할 수 있게 되면 외국인 근로자와 소외계층이 송금 등 외환업무를 더 저렴하게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환전업 개편안에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54년간 갖고 있었던 환전업에 대한 관리·감독권은 관세청으로 넘기는 계획도 담겼다.

불법 환전과 송금이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행은 전담 인원이 적고 수사권이 없어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환전과 외환이체업을 함께 하는 환전업자에 대해서는 관세청과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검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경미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환전상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환전업자의 의무 위반사항이 중대하면 영업정지, 등록취소 외에 과태료를 함께 부과하고 환전 실적 보고를 소홀히 한 업체에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환전업 등록이 취소된 업자의 재등록도 일정 기간 제한하기로 했다.

현재는 제한 없이 재등록할 수 있다.

법무부, 관세청, 경찰청, 국세청 등 관계 기관이 합동 점검에도 나서기로 했다.

최지영 기재부 외환제도과장은 "이번 대책으로 환전소가 대형화하고 경쟁력이 강화되면 외국인 근로자, 관광객 등 외환서비스 소외계층은 물론 내국인도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과장은 "외환이체업 겸영이 허용되면 비공식적인 경우가 많았던 환전상의 환전·송금 수수료를 제도권 내로 흡수해 지하경제 양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