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정보기술(IT)업계는 술렁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인 트위터가 회사에 합류한 지 10개월 밖에 안 된 앤서니 노토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마케팅총괄을 겸임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당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였던 딕 코스톨로는 “트위터는 하루에도 수천만 건의 데이터를 처리하며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로 돼 있다”며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마케팅 전략은 데이터 처리 능력이 탁월한 CFO가 세우는 게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CFO의 역할이 IT와 데이터 보안, 인사, 마케팅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래 CFO는 사실상 CEO에게 모든 것을 조언할 수 있는 ‘만능 참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대 이후 IT의 발달로 시장 상황이 급변하자 CFO는 기업의 핵심 인력으로 떠올랐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올해 초 발표한 ‘2014 글로벌 최고경영진 조사’에 따르면 CEO들은 이미 사업 전략을 세울 때 임원 가운데 CFO에게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다.

헤드헌팅 업체 하이드릭&스트러글스의 제러미 핸슨 대표는 “IT분야와 데이터 보안 영역이 CFO 수중 아래 놓인 것은 더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며 “CFO의 역할은 과거 회사의 ‘금고지기’에서 벗어나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수행하던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전략가 역할까지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CFO의 영역 확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KPMG가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178명 CEO를 조사한 결과 72%가 ‘C-레벨’의 여러 임원 중에서 향후 3년 안에 CFO 역할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KPMG는 “최근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많아지면서 CFO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CEO들은 전략적 사고를 지닌 활동가(activist)가 CFO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래 CFO의 역할이 마케팅 인사 등의 영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업 행동들이 데이터로 변환되는 ‘빅 데이터’ 시대에 CFO의 본래 전공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 처리 능력이 기업 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