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 회장, 청년희망펀드에 150억 기부 "미래 희망 갖고 창의적 도전 나서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개인 돈 150억원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포함한 그룹 임원진도 50억원을 따로 낸다. 이건희 삼성 회장(200억원)에 이어 정 회장까지 청년희망펀드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동참함에 따라 개인 자격의 기부 움직임이 재계 전체로 확산될 전망이다.

○현대차 200억원 기부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과 그룹 임원진이 총 200억원을 청년희망펀드에 기탁한다고 25일 발표했다. 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해왔다”며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고 창의적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정 회장의 사회공헌 철학에 따라 기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2007년 사재 6500억원을 출연해 ‘현대차 정몽구 재단’을 설립한 뒤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는 등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2012년 청년 맞춤형 창업을 지원하는 ‘H-온드림 오디션’ 사업을 시작했다. 최대 1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창업 교육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청년 일자리 창출에 직접 나서고 있다. 2018년까지 연평균 1만2000명씩 3년간 총 3만60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올해 초 1년간 9500명을 뽑기로 한 당초 계획보다 25% 이상 늘어난 규모다.

청년희망펀드는 지난달 15일 박근혜 대통령 제안으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조성된 펀드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지난 19일 청년희망펀드 기금으로 설립된 청년희망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현대차가 기부하는 200억원은 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 등 청년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데 쓰인다.

○개인 차원 기부 확산될 듯

정몽구 현대차 회장, 청년희망펀드에 150억 기부 "미래 희망 갖고 창의적 도전 나서길"
국내 대기업들은 그동안 사회적 지원이 필요할 때마다 기부 대열에 동참해왔다. 해마다 연말 이웃돕기 성금을 내온 게 대표적이다.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 때도 유족들을 돕기 위해 지원금을 냈다. 하지만 모두 기업 차원의 성금이었다.

이번엔 다르다. 22일 250억원을 낸 삼성을 시작으로 이날 현대차까지 모두 개인 차원의 기부다. 국내 양대 그룹의 오너 경영자들이 사재를 털어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움직임이 재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요 그룹들은 이달 중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SK 회장과 그룹 임원진이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하기로 결정하고 금액과 시기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도 청년희망펀드 기부 대열에 동참하기로 하고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다. 롯데그룹과 한화그룹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기부액은 재계 순위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 작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삼성은 150억원을 기탁했다. 현대차는 100억원, SK는 80억원을 내놨다. LG와 롯데는 각각 70억원, 43억원을 냈다. 작년 말 이웃돕기 성금으로도 삼성과 현대차가 각각 500억원, 250억원을 냈고 SK와 LG가 120억원씩 기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동참하기 위해 주요 기업인들이 개인 차원에서 기부하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