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줄어도…늘지 않는 소비·여가시간
늘지 않는 소비활동시간이 내수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여가활동시간까지 덩달아 감소해 국내 소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가 대규모 할인행사를 열고 개별소비세를 내리는 등 소비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지만 이런 단기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루 소비시간 11분 불과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10세 이상 국민의 하루 평균 ‘상품 및 서비스 구입시간(소비활동시간)’은 11분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04년과 동일한 수준이다. 통계청은 5년마다 전국 1만2000개 표본 가구를 대상으로 국민들이 하루에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조사하고 있다. 최경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돈 쓸 시간이 늘어나지 않으면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소비가 늘어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2007년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4.5% 늘었고 같은 기간 가계 소비는 비슷한 수준인 4.6% 증가했다. 하지만 2011~2014년에는 가계 소비 증가율(1.7%)이 실질 GNI 증가율(3.0%)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기준으로 2004년 3시간26분에서 2014년 3시간16분으로 10분 감소했다. 2004년 7월부터 주5일 근무제가 확대되면서다. 하지만 여가생활시간은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여가생활시간은 5시간13분에서 4시간49분으로 24분 줄었다. 윤명준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장은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노동 강도는 크게 변하지 않아 여가시간은 늘지 않고 수면 등 필수생활시간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10년간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49분에서 7시간59분으로 10분 증가했다. 또 필수생활시간 중 하나인 ‘식사 및 간식시간’도 10년 동안 하루 평균 19분 늘었다.

○“여가시간 집중 필요”

통근·통학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것도 다른 활동시간을 제약한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이동시간은 2004년 1시간40분에서 2014년 1시간39분으로 1분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20세 이상 취업자의 출퇴근 등 일 관련 하루 평균 이동시간은 1시간23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0년 기준)인 28분보다 세 배 가까이 더 걸렸다. 노르웨이(14분), 미국(21분), 핀란드(21분), 영국(22분), 프랑스(23분) 등은 30분을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여가활동시간을 특정 기간에 집중해야 소비 진작에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연휴 기간을 늘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성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휴일 중 날짜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일부 기념일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요일 지정 휴일제’를 도입해 연휴 기간을 늘리면 관광산업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연휴에 따른 소비 효과를 고려해 지난 8월14일 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내수 진작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4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1조3100억원의 부가가치가 유발된 것으로 분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