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 대박 뒤엔 '고통의 과자 파티' 있었다"
“가장 배가 부른 오후 1시30분, 해태제과 팀장급 이상 직원에겐 불시에 7층 회의실에 모이라는 호출이 갑니다. ‘고통의 과자 파티’가 시작되는 순간이죠. 달콤한 허니버터칩도 고된 시식의 반복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최근 식품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영자로 꼽히는 신정훈 해태제과 사장(사진). 신 사장은 제과업계의 대박 상품 허니버터칩의 개발 스토리를 소개하며 해태제과 특유의 시식회부터 설명했다. 그는 “배가 고픈 시간에는 모든 과자가 맛있지만 점심식사 시간 직후에는 정말 맛있는 과자만 약간 맛있고, 약간 맛있는 과자는 맛이 없게 느껴진다”며 “점심시간 직후 100종의 감자칩을 일일이 맛보는 시식회를 여러 차례 열었다”고 말했다.

"허니버터칩 대박 뒤엔 '고통의 과자 파티' 있었다"
신 사장은 어떤 단맛을 선택할지 결정한 시식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맛동산의 물엿이나 카라멜콘에 사용되는 메이플 시럽, 심지어 맛이 강한 감초를 넣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시식회 결과 ‘꿀’을 활용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시식 때 먹었던 일본 가루비의 ‘시아와세 버터칩(행복버터칩)’이 가장 큰 참고가 됐다”고 말했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는 발상의 전환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시장조사 방식이었다. 신 사장은 “새우깡은 10%, 포카칩은 5% 식으로 나오는 브랜드별 조사는 기존 제품의 역량을 평가하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새 제품을 낼 때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시장조사 담당 직원들에게 ‘맛 지도를 작성해오라’고 했다. 짠맛, 단맛, 고소한 맛 등으로 제품군을 분류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신 사장은 “조사 결과 소맥스낵, 옥수수스낵, 쌀스낵군에서는 짠맛, 고소한 맛, 해물맛, 옥수수맛 등과 함께 단맛 제품이 꼭 있는데 감자칩에는 단맛 제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국내 첫 ‘달콤한 감자칩’인 허니버터칩 기획의 단초가 되는 순간이었다.

단맛 감자칩을 내놓겠다는 신 사장의 의지는 여러 번 장애물을 만났다. 공장에서는 만들기가, 영업에선 팔기가, 마케팅에서는 홍보하기가 어렵다며 반발한 것이다. 이때 신 사장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은 직원들과 3년 동안 독서 토론회를 열어온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이 지은 경영서의 한 구절이었다. 그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메시지 중 ‘모든 것은 숫자로 말하라’는 내용을 가장 좋아한다”며 “허니버터칩 출시를 강행하기 전 제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세우자 직원들도 수긍하더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허니버터칩의 성공을 허니통통으로 이어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허니통통은 지난 1월 나온 달콤한 감자 스낵으로 출시 후 8개월 만에 매출 521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허니버터칩의 유사품을 막을 수 없다면 우리가 가장 그럴듯한 ‘표절상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기획한 것이 허니통통”이라고 했다.

신 사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허니버터칩의 비밀’을 13일 출간했다. 그는 “책에 담은 개발 스토리가 제과업계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