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홍익대 경제학과 교수)은 12일 앵거스 디턴 교수에 대해 “프린스턴대 대학원생 사이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교수로 유명했다”고 회상했다. 김 원장이 프린스턴대 박사 과정 3년차일 때 영국에서 대서양을 막 건너온 디턴 교수는 인구경제학 등을 강의했다.

김 원장은 “디턴 교수는 교과서 목차 순서대로 강의한 게 아니라 자신의 관점을 반영해 강의 순서를 바꿔 가르쳤다”며 “처음엔 다들 당황했지만 디턴 교수가 사례 중심으로 아주 쉽게 가르쳤기 때문에 강의는 큰 인기를 끌었다”고 했다.

미시경제학자인 디턴 교수의 강의는 거시경제를 연구하는 프린스턴대 대학원생 사이에서도 ‘꼭 한번 들어야 할 필수 강의’로 자리잡았다. 디턴 교수의 소비자행태분석 관련 강의를 들었던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과제를 많이 내주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강의를 굉장히 깔끔하게 잘했던 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디턴 교수는 미시경제학의 소비자 행동이론에서 시작해 인구와 빈곤 문제로 지평을 넓혀갔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엔 상당히 많은 역작을 남겼다. 이코노미카 등 경제학계 최고 학술지에 연이어 논문을 게재했다.

디턴 교수의 계량경제학 수업을 들었던 이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에 대한 조사방법론을 본인의 저서로 강의했다”며 “미시경제학의 틀을 갖고 거시경제를 본 학자”라고 표현했다.

프린스턴대 출신 국내 경제학자들은 디턴 교수의 수상 소식에 대해 “받을 만한 분이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인석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프린스턴의 터줏대감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대가 중의 대가”라고 했다.

황정수/김순신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