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론 논란] "신용팽창으로 버텨온 신흥국 거품 꺼질 것"
중국의 신용팽창으로 버텨 온 신흥국 경제의 ‘거품’이 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신흥국 위기론’의 근간은 중국이며, 중국에서 비롯한 신흥국 위기가 세계 경제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씨티은행은 최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신용팽창이 한계에 다다랐으며, 자금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세계 경기가 다시 침체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맷 킹 씨티은행 신용상품전략 담당자는 “금융위기 후 중국 등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간 돈이 3조달러에 달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신흥국에서 최대 연 5조달러에 달하는 신용이 새로 창출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신흥국의 성장률이 정체되기 시작한 것은 돈풀기로 경제를 부양하는 것이 한계에 달했다는 뜻”이라며 “선진국의 유동성 회수로 신용축소가 시작되면 세계 경제가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의 신용팽창은 중국에 집중됐다. 글로벌 자산관리회사 뉴스파르타의 우스멘 자크 만덩 연구개발부문 대표에 따르면 2007년부터 7년간 중국의 광의통화(M2)는 12조9000억달러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M2 증가분(11조달러)을 전부 합한 것보다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중국의 신용팽창과 수요 증가로 인해 유가와 다른 원자재값, 다른 나라들의 수출이 버틸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런 국면이 끝나간다는 얘기다.

[신흥국 위기론 논란] "신용팽창으로 버텨온 신흥국 거품 꺼질 것"
윌럼 뷰이터 씨티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지난 6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이 불황에 빠져들고 있다”며 “아웃풋 갭(output gap·실질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중국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국제기구들도 신흥국에 잇단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신흥국 민간부문의 초과채무가 3조달러에 달한다고 추계했다. 호세 비냘스 IMF 통화·자본시장국장은 “세계 경제가 5년간 저성장하면서 신흥국 시장의 민간 기업들이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냘스 국장은 “이런 가운데 석유와 광물자원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공산품 가격 하락으로 부채 열풍이 끝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국 민간기업들이 줄지어 도산하면 세계 금융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국제금융협회(IIF)도 최근 지난 3분기에 신흥국을 이탈한 해외 자금 규모가 400억달러(약 46조원)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1988년 이후 27년 만에 신흥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자본이 순유출된 것이다. 올 들어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총 5410억달러(약 628조원)에 달한다. 찰스 콜린스 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관투자가들이 돈을 빼는 것은 좋지 못한 신호”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