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이 자주 바뀌고, 빚을 내 사업을 확장하고….’

독자적인 생존능력을 잃고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의 특징들이다. 한국기업평가는 2005년부터 10년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나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를 신청한 73개사 사례를 바탕으로 좀비기업이 되기 전에 나타나는 부실화 징후를 도출했다고 9일 밝혔다.

한국기업평가 분석에 따르면 정상경영의 실패 징후는 크게 경영관리 위험(리스크) 부각, 무리한 사업확장, 연쇄부도, 판매부진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이 중 경영관리 위험 유형엔 분석대상 기업 중 11개사(15%)가 속했는데 모두 조직이 안정되지 못하고 경영진이나 대주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이었다. 경영권 교체와 동시에 분식회계나 횡령 사건이 불거지고 이후 신규 사업 투자에 나섰다가 자금부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구조가 전형적이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최초 경영권 변동으로부터 부실발생 시점까지 평균 5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무리한 사업확장 유형에 속한 15개사(20%)는 사업 다각화나 증설 투자에 나섰다가 성과를 못내 위기를 맞았다. 무리해서 빚을 늘렸다가 곧바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경우로 부실 발생까지 평균 3년 정도가 걸렸다. 연쇄부도(14개사)는 금호, STX, 동양그룹처럼 계열사나 주요 거래처의 부실이 옮겨붙는 형태로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서 많았다.

판매부진은 영업환경이 나빠져 제품 판매가 줄고 자금사정이 악화돼 부실로 이어지는 형태로 분석 대상의 45%인 33개사가 해당됐다. 건설과 정보기술(IT)산업에서 많이 나타났다. 조 위원은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국내 기업의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기업의 유동성 관련 지표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