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용 부회장, 랜들 스티븐슨 AT&T 회장, 조 케저 지멘스 회장
왼쪽부터 이재용 부회장, 랜들 스티븐슨 AT&T 회장, 조 케저 지멘스 회장
삼성전자가 네 분기째 ‘V자’ 실적 반등을 이뤄내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3년 3분기에 사상 최대인 10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끝없이 증가할 것 같던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그해 4분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스마트폰시장이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영업이익은 8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작년 3분기엔 4조1000억원으로 급감했다. 게다가 작년 5월엔 이건희 회장이 병원에 입원했다.

진두지휘에 나선 이 부회장은 가장 먼저 사업재편에 나섰다.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줄이고 핵심사업, 신사업에 투자를 몰아줬다. 디지털카메라를 생산하던 디지털이미징사업부는 사실상 정리 수준에 들어갔다. 하지만 반도체의 경우 각각 10조원 이상이 투입된 경기 화성 반도체 17라인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이 완공되자마자, 올 4월 평택 반도체단지 공사에 들어갔다. 또 애플과 관계 개선에 나서 아이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재수주했으며, 많은 돈이 투자되던 TV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대형 패널 개발을 미루고 초고화질(UHD) LCD TV에 당분간 집중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와 함께 갤럭시S6 등 신상품 개발 주기를 앞당겼다. 삼성페이 등 신기술 개발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연구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현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렸다. 마케팅에 쉽게 응용하기 위해 타원형 삼성 로고를 변형해서 쓸 수 있게 하는 등 융통성도 발휘했다. 비용 절감에도 적극적이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지출한 판매관리비는 10조89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2조6700억원)보다 1조7800억원(14%) 줄었다.

기업간 거래(B2B) 사업 확대도 이 부회장의 전략이다.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시장은 경쟁 격화로 마진이 낮고 소비 취향 변화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지만, B2B는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고, 한번 거래처를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화려한 글로벌 인맥을 동원해 삼성전자의 사업을 뒷받침한다. 이 부회장은 9일 방한하는 랜들 스티븐슨 미국 AT&T 회장과 만난다. 미국 2위 통신사인 AT&T는 1위인 버라이즌에 앞서 삼성페이를 채택해 도움을 줬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도 자리에 함께한다. 다음주엔 한국을 찾는 조 케저 독일 지멘스 회장과 회동한다. 케저 회장과는 지난해 10월에도 만나 의료기기 및 스마트헬스 관련 협력을 논의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