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업무용 자동차 비용처리 상한선 도입 추진…수입차 탈세 막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업무용 차량 비용처리에 관해 구입비와 유지비 모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제시한 것은 이른바 ‘무늬만 회사차’ 탈세 방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 8월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경비 인정 상한선이 없어 고가 차량에 대한 세금 혜택을 키운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차량 구입비에 상한선을 두면 통상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 최 부총리는 “구입비와 유지비를 합한 연간 경비 차원에서 접근하면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안에는 상한 규정 없어

국내에선 올해까지 법인·개인사업자 명의로 등록한 업무용 차량에 대해 무제한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사적으로 이용하는 차를 회사 업무용으로 등록해놓고 구입비와 유지비를 회사가 손비(경비)로 처리하도록 해도 구입비·유지비만큼 법인세(개인사업자는 소득세) 과세 표준을 줄여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2억5000만원짜리 차를 사면 구입비에 해당하는 감가상각비(5년×5000만원)와 매년 발생하는 1000만원가량의 유지비(보험료·유류비·고속도로 통행료 등 비용 일체)를 회사 경비로 처리해 세금을 5000만원 이상 줄일 수 있다. 관련 규정 미비로 탈세가 조장되는 것이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임직원 전용보험에 가입하면 차량 총비용(구입·유지비)의 50%, 전용보험에 가입하고 운행일지 등 업무용 운행을 증빙하면 비율에 따라 100%까지 경비로 인정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비용처리 상한선을 두지 않아 수억원대 스포츠카 등 실제 업무에 쓰이지 않는 차량까지 경비로 인정해주는 것은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임직원 전용보험만으로 업무용과 개인용을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비싼 수입차도 50%는 무조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 계류 중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비용 처리에 상한선을 둔 법안(법인세법·소득세법 개정안) 5개가 국회에 상정돼 있다. 이 중 함진규·이상일(이상 새누리당) 의원안과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안은 차량 구입비에만 상한선을 설정했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안은 구입비는 총 3000만원까지, 유지비는 1년에 600만원까지 경비 처리를 인정한다. 김영록 새정치연합 의원안은 구입비와 유지비를 합해 5000만원까지 경비로 산입한다.

최 부총리가 이날 제시한 ‘감가상각비와 유지비 등을 합해 연간 비용으로 하는 방안’은 연간 유지비에 상한선을 둔 김종훈 의원안과 가장 가깝다는 평가다. 실제 회사 명의로 차량을 사면 구입비를 5년에 걸쳐 감가상각비로 회계처리를 하기 때문에 감가상각비와 유지비를 더한 연간 비용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설명이다.

최 부총리는 “상한을 두게 되면 법령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법령 심의 과정에서 최적의 대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업무용차 구입비뿐 아니라 유지비까지 경비처리 상한선이 생기면 업무용차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유류비와 수리비, 보험료까지 전액 경비 처리해 세금을 탈루하는 관행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