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제록스의 변신] "복합기 아닌 솔루션 판다"
복사기와 복합기(프린터 복사기 스캐너 등이 하나로 합쳐진 사무기기) 분야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지닌 후지제록스가 문서관리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후지제록스는 서비스·솔루션 부문과 해외 매출 비중을 2017년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구리하라 히로시 후지제록스 사장(사진)은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 본사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14개국 38개 신문·방송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후지제록스가 추진해온 방향대로 개혁의 속도를 더욱 높여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신흥시장 공략 가속

후지제록스는 1962년 일본 후지필름과 미국 제록스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지금은 후지필름홀딩스가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 프린터와 디지털 복합기 등을 생산해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주로 판매하고 있다. 초기에는 일본 시장에만 주력했지만 1990년대 들어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1일 문을 연 캄보디아 현지법인을 포함해 현재 한국 베트남 태국 대만 등 14개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이날 싱가포르 연구개발(R&D)센터도 문을 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일본 요코하마에 이어 세 번째 R&D 기지다. 아시아 지역 고객을 위한 특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도에서 세운 것이다.

후지제록스는 초기부터 대리점보다는 직판점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했다. 시장 진출에 초기 비용 부담이 크긴 하지만 전 세계 어디서나 소비자들에게 동일한 제품은 물론 같은 수준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세계 곳곳을 이동하는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는 해운업체들이 후지제록스를 최고의 복합기 회사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 안에서 사용하는 복합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에서나 쉽게 서비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13개국 중 호주를 제외한 12개국에서 소비자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후지제록스의 변신] "복합기 아닌 솔루션 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중국 제외) 매출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1991년 500억엔(약 4900억원)에서 2009년 1500억엔으로 세 배 늘었고, 최근 5년 새 3000억엔으로 두 배 더 불어났다. 중국 매출도 5년 새 두 배로 증가해 지난해 후지제록스 해외 매출 비중은 49%에 달했다. 회사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1조1780억엔의 매출과 1010억엔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후지제록스는 신흥시장 공략을 가속화해 2017년에는 해외 매출 비중을 6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보 서비스 업체로 변신 중

구리하라 사장은 “문서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정보’”라며 “이런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과제를 해결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문서 관리·인쇄 등과 관련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업무처리아웃소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 밖에 기업 사무기기 전체를 일괄적으로 관리하면서 인쇄 비용을 절감하도록 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예컨대 후지제록스 복합기에는 각종 센서가 들어 있어 소비자의 사용 실태에 대한 빅데이터를 집계 분석해 복합기를 최적의 상태에서 이용하고 고장까지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스캔 문서의 자동번역서비스도 제공한다.

구리하라 사장은 “서비스·솔루션 부문의 매출 비중을 2017년까지 50%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더 이상 복합기 판매와 유지보수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3D(3차원) 프린터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며 “현재 연구개발 초기 단계”라고 덧붙였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