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SW) 회사가 된다”는 비전을 직원들에게 제시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사내 콘퍼런스 ‘마인즈+머신즈(minds+machines)’ 행사에서 “성장률은 떨어지고, 변동성은 커지고, 포퓰리즘적인 규제가 늘고 있다”며 “(점점 힘들어지는 경영환경에서) GE와 GE의 고객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GE의 변신] 이멜트 "GE 생존열쇠는 산업인터넷…5년내 세계 10대 SW사 될 것"
이멜트 회장이 그 수단으로 제시한 것이 소프트웨어다. 혁신적으로 고객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판다면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길이 있다는 논리다. 그는 “산업 생산성을 극적으로 높이기 위한 핵심 열쇠가 바로 산업인터넷”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빅데이터로 생산성 높인다”

GE가 이번 콘퍼런스에서 정식으로 공개한 산업인터넷 소프트웨어 플랫폼 ‘프리딕스(predix)’는 이멜트 회장의 야심작이다. 2011년부터 3년여간 준비해 지난해 테스트 버전을 시장에 공개했고, 이번에 정식으로 제품을 내놓았다. 지난해 14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50억달러 매출이 예상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빌 루 GE 디지털부문 대표(CDO)는 이 제품을 이용하고 있는 외부 개발자 수가 현재 4000여명인데, 내년까지 2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부 개발자가 늘어나면 이 소프트웨어를 둘러싼 ‘생태계’가 조성된다. GE는 이 생태계의 가치가 22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멜트 회장의 구상을 이해하려면 ‘산업인터넷’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형 기계류에 센서 등을 부착, 정보를 읽어들이고 분석해서 가장 효율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흔히 말하는 사물인터넷(IoT)과 비슷한 개념인데, GE는 사물인터넷과 달리 산업 현장의 대형 기기에서 주로 이용된다는 점을 강조해 ‘산업인터넷’이라는 표현을 고집한다. 예를 들어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GE의 산업인터넷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온도와 습도, 풍향·풍속, 비행기 무게, 각 비행장 사정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최적의 비행 시간표를 산출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1억달러어치의 항공유를 절감했다고 최근 밝혔다.

GE는 이런 식으로 지능형 송전망을 구축해서 전력 생산성을 높이는 ‘디지털 파워플랜트’, 공장의 기계 결함을 방지하고 손상된 부위를 빠르게 고칠 수 있도록 하는 ‘브릴리언트 팩토리’ 등의 시스템을 선보였다.

관련업계에서는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는 GE가 산업인터넷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타 소프트웨어 업체와 달리 직접 제품을 생산해 운영해 본 경험이 많아 현장의 수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묶어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과감한 구조조정

GE는 한때 ‘글로벌 문어발’이었다. 금융사에 영화사, 지상파방송국까지 거느렸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매출이 크게 감소하자 이멜트 회장은 2009년부터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첫 시작은 방송사를 보유한 NBC유니버설 매각이었다. 미디어 회사 컴캐스트에 두 차례에 걸쳐 지분을 전부 팔았다. 다음은 금융회사 GE캐피털이었다.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대형 자회사였지만, GE의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위기 후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서 수익을 내기도 힘들어졌다. 올초 이멜트 회장은 2년 내로 GE캐피털을 비롯한 금융부문 대부분을 처분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전부문을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에 파는 등 다른 부문에도 과감히 칼을 댔다. 이렇게 ‘군살’을 뺀 뒤 꺼내든 카드가 ‘소프트웨어 회사로의 전환’이다. 이멜트식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