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층 포기하고 전시장 확대…현대자동차 '통 큰 결단'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시에 수정 제출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계획은 공연장과 전시·컨벤션 시설을 늘리고 주변 지역 일조·조망권을 보장하는 등 공공성을 확대한 점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건물 최고 층수를 기존 115층에서 105층으로 낮추는 대신 건물 수를 2개동에서 4개동으로 늘렸다.

서울시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까지 건축허가를 마쳐 GBC 건설이 차질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부지 안에 있는 변전소의 이전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강남구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공사 기간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층 건물 2개동 늘려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24일 제출한 수정 개발계획을 놓고 2일 첫 협상조정협의회를 개최한다고 30일 발표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사전협상 개발계획안을 제출했다. 서울시는 실무협의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현대차그룹에 건축물의 공공성 강화와 교통계획 검토 등 보완을 요구했다.

변경된 개발계획안에 따르면 당초 115층과 62층으로 나눠 건설하기로 했던 건물은 각각 105층과 51층으로 낮춰진다. 최고 높이도 당초 571m에서 526m로 줄었다. 이 계획대로 건물이 지어지면 현재 국내 최고층 빌딩으로 건립 중인 롯데그룹의 제2롯데월드(123층·555m)보다 18층·29m 낮은 건물이 된다. 시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측에 600m 이하에서 랜드마크를 지어달라고 요청했을 뿐 높이를 낮춰달라는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는 GBC의 고층부를 시민에게 개방하고, 저층부는 주변 지역과 조화를 이루면서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건축 계획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기존 고층건물 2개동을 4개동으로 나눠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시·컨벤션 시설은 저층 건물에 들어설 예정이다.

공연장은 1만5000㎡에서 2만2000㎡로 늘리고 18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과 600석 규모의 체임버홀 2개를 세우기로 했다. 연면적은 96만㎡에서 92만㎡로 줄어들었으나 건물을 분산 배치하면서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축 바닥면적 비율)은 기존 38.42%에서 53.25%로 올라갔다.

서울시는 협상조정협의회를 거쳐 연말까지 현대차그룹과의 사전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협상조정협의회는 서울시·현대차그룹 측 각 4명과 도시계획·건축·교통·안전·법률 분야 전문가 6명 등 14명으로 구성된다. 현대차그룹이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제시한 공공기여금 규모는 사전 협상을 통해 마련된 개발계획을 반영한 감정평가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서울시와 강남구 간 갈등 계속돼

현대차그룹은 연말까지 사전 협상을 완료한 뒤 늦어도 2017년 초 착공, 2020년까지 GBC를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강남구가 GBC 부지 내 변전소 이전 허가를 반려한 것은 사전 협상과 건축 인허가 등 절차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강남구가 변전소 이전 허가를 내주지 않더라도 2017년 착공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강남구가 제기한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 무효확인’ 등의 소송이 개발사업 추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남구는 GBC 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을 영동대로 통합개발에 우선 사용할 것 등을 요구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그룹은 GBC 착공 전에 변전소 이전을 하기 위해 지난 6월 강남구에 건축허가를 신청했지만 강남구는 세부개발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변전소 이전공사와 GBC 공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기술적 해결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하지만 GBC 건설과 변전소 이전공사를 함께 진행하면 공사 기간 장기화와 비용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3년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재산세 공동 과세, 과장급 인사 교류 등 사사건건 대립하는 서울시와 강남구의 감정싸움으로 개발사업이 지연돼 애꿎은 기업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경민/강현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