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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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질 대로 약해진 한복의 뿌리를 되살리는 방법은 많은 사람이 입는 거예요. ‘너무 튀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고 이 기사를 읽는 분들부터, 이번 추석부터라도 꼭 동참해주면 좋겠어요.”

23년째 한우물을 판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 씨(사진). 한복시장을 되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간절한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연꽃이 핀 못이라는 뜻의 ‘담연’이라는 고급 한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씨는 지난 3월 롯데백화점 서울 본점에 매장을 열었다. 한복 브랜드가 국내 백화점에 정식 입점한 것은 담연이 처음이다. 이씨는 “담연이 잘돼 성공 사례를 내야 더 많은 백화점에 한복 매장이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복이 아름다운 옷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데도 외면받지 않느냐”며 “옷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지갑을 여는 사람이 많아져야 시들어가는 뿌리를 되살릴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가 한복에 돈을 쓰는 데 인색해지면서 중국에서 원사 원단을 넘어 바느질까지 마친 저가(低價) 완제품이 물밀듯 들어오는 것도 국내 한복산업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영화 ‘쌍화점’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의 의상 제작에 참여했고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송일국 씨 아들인 대한·민국·만세 군이 입은 한복을 짓는 등 한복을 대중에 알리는 활동에 적극적이다. 그는 “한복은 ‘전시하는 옷’이 아니라 ‘입는 옷’으로 존재하고 계승될 때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복이 ‘불편하고 비싼 옷’으로 저평가되는 현실에 대해 그는 할 말이 무척 많아 보였다. 이씨는 “담연의 맞춤한복은 160만~220만원 정도인데 상의와 하의는 물론 속옷과 신발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큰돈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자주 입지 않기에 더 비싸게 느껴지는 겁니다. 자주 입으면 그만큼 돈을 낼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외국 명품 브랜드에서는 드레스 한 벌이 수백만원 해도 기꺼이 사는 사람이 많잖아요.”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