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폐지해야 할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법제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이가 없다.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법제화 법안을 발의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엊그제 보도자료를 내고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효과도 없고 경쟁을 제한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각종 통상규범에 저촉되는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를 차제에 완전히 폐지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굳이 한경연의 주장이 아니어도 중소기업적합업종은 더는 유지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 일부 중소기업단체 등이 이 제도의 효과를 말하지만 그것은 제로섬게임 시각에서만 바라본 오류일 뿐 현실은 전혀 다르다. 해당 업종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으면서 국내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모두 ‘루저’로 내몰리고 있다. 설사 대기업 진입 제한을 통해 일부 중소기업에 도움이 된다고 한들 이는 외형상 일시적 현상일 뿐 산업발전도 소비자 효용확대도 없는 현실안주의 정책일 뿐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 법제화는 과거 실패한 중소기업고유업종 제도의 부활에 다름 아니다. 한경연의 분석에 따르면 1985~2006년 중소기업고유업종이 사라진 상태에서 중소사업체의 노동생산성, 근로자수, 생산액, 1인당 임금, 자본투입, 부가가치액 등이 일제히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 저하 등 온갖 경제적 비효율을 낳고 있는 중소기업적합업종을 한시라도 빨리 폐지하라는 증거들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법제화를 고집하는 데는 뭔가 다른 배경이 있지 않나 의심스럽다. 총선을 앞두고 일부에서 은밀한 거래가 벌어지고 있을 개연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식의 중소기업정책은 결국 중소기업의 경쟁력만 떨어뜨렸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인도 같은 나라에서도 2002년 이후 경제개혁 일환으로 소기업 보호정책을 폐지하고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은 외견상 동반성장위원회의 자율합의 형태로 운영됐지만 사실상 강제적인 제도로 존재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경제를 죽이고 시장을 이권화하는 이런 정책은 국제 망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