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기업인 신뢰받는 기업] 품질경영에 아낌없는 투자…'화장품 한류' 중심에 서다
사회 첫발은 금융회사에서 떼었다. 4년간 금융의 기초를 배운 뒤 유명 제약회사로 옮겼다. 15년 만에 부사장까지 올랐다. 미련 없이 회사를 나왔다. 내 사업을 할 때라고 생각했다. 마음에 둔 사업이 있었다. 제약회사를 다니며 쌓은 노하우를 담은 화장품이었다. 그러나 자기 브랜드를 가진 화장품이 아니었다.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을 ‘대신 제작’해 주는 일이었다. 막대한 광고·홍보비를 쓰는 대신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면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스스로 “용감한 바보였다”고 하는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스토리다. 그는 “직원 4명을 데리고 한국콜마를 세운 1990년 이전까지만 해도 태평양, 한국화장품, 한불화장품, 코리아나 등 화장품업체들이 기획부터 제조 유통까지 다 직접 하는 구조였다”며 “미국 일본 등에서는 제조와 판매를 구분했고, 그러면 업계의 전반적인 품질이 향상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이 사업모델은 겉으론 화려하지 않았지만 실속이 컸다. 제약회사에서 갈고닦은 품질경영 노하우는 곧 업계에서 인정받았다. 매년 평균 20% 이상 매출이 늘었다. 25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글로벌 강소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유니레버 등 전 세계 500여개 업체가 이 회사에 화장품 기획과 개발, 완제품 생산, 품질관리, 출하 등을 맡긴다.

직원 4명으로 회사를 차린 지 2년 뒤인 1992년 그는 ‘중앙연구소’를 설립했다. “고객사 주문을 받아 단순히 제작(OEM)만 하는 것으론 미래가 없고 기획·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현재 한국콜마 직원 1000여명 가운데 30% 이상이 연구원이다. 연구소가 11개다. 연 매출의 6% 이상을 신소재나 신기술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윤 회장은 “ODM 기업의 정체성은 R&D와 품질경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의약품업계에서 통용되던 GMP(우수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를 화장품업계에 처음 도입한 것도 한국콜마다. 이데베논을 활용한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은 2013년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 시장이라는 날개를 달고 이 회사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세종시에 단일 공장으로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인 화장품 공장을 지었다. 기초화장품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과거에는 연간 8000만개 기초화장품을 만들 수 있었는데 이제는 2억4000만개를 만들 능력을 갖췄다. 색조화장품 공장도 넓혀 짓는 중이다. 내달 중 증축이 끝나면 연간 생산능력은 3600만개에서 50% 늘어난 5400만개로 증가한다. 2007년 설립한 중국법인 베이징콜마의 생산능력도 2400만개에서 오는 11월 1억2000만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윤 회장은“올해 경영 방침은 시이리(是而利), 곧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