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동결을 결정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혼란스러운 지표도 문제였지만 금리정책의 방향을 놓고 훈수를 두는 ‘시어머니’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시장은 Fed의 연내 금리 인상을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특히 9월 인상설이 유력했다. 하지만 8월 중순 중국이 전격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하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중국 경제의 부진이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중국발(發) 충격’이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을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내리는 등 신흥국 경제는 몸살을 앓고 있다. 중동 산유국도 비슷한 사정이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특히 일부 신흥국 사이에서 그런 기류가 강했다. 미르자 아디티야스와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불확실성이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도 월스트리트저널에 “일찍 올리고, 천천히 올리는 게 더 낫다”고 주장했다.

9월 둘째주 들어 Fed의 결정이 임박하자 곳곳에서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훈수는 더욱 심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에 ‘금리 인상의 신중한 판단’을 요청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9월 금리 인상은 치명적 실수”라며 반대론을 펼쳤다.

이런 가운데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13일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신흥국과 부채비율이 높은 나라들에 부담을 주겠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보고서를 내 꺼져가는 ‘인상 찬성론’의 불씨를 살렸다.

훈수를 두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아예 지난 2개월간 공식 행사에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며 칩거하다시피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