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 돈 받으러 다녀요"…무역보험공사 해외주재원의 '분투'
‘떼인 돈 받아오기.’ 중국 베이징에서부터 카자흐스탄 알마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까지 12개국 14개 도시에 파견된 무역보험공사(무보) 해외 주재원들의 가장 큰 업무다.

무보는 해외 수입 업체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 수출 기업의 손실을 보험금으로 보상해준다. 보상해준 금액만큼의 채권은 무보 소유가 된다. 지난해까지 무보의 채권 누적 회수율은 34.2%다. ‘떼인 돈 받기’를 업(業)으로 삼는 이들의 채권 회수 노하우는 다양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 상황이 악화된 러시아에선 2010~2011년 수입 대금을 갚지 않는 사태가 자주 발생했다. 한 가전 수입 업체는 독촉하는 직원을 찾아와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하기까지 했다. 무보는 이런 업체들을 러시아 연방검찰청에 형사고발하는 방법을 썼다. 당시 러시아에선 피의자가 형사 고발되면 구속적부심 절차 없이 곧바로 구치소로 보내졌기 때문에 현지 기업들은 고발당하는 것 자체를 꺼려했다. 이들의 약점을 이용한 무보의 전략이 주효해 상당한 채권을 회수하는 효과를 냈다.

대금 미지급 업체에 대한 ‘나쁜 소문’을 흘리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베트남이 그랬다. 2011년 베트남 A은행이 10만달러의 대금 지급을 거절하자 무보 측은 베트남 현지 한국 기업들에 “A은행은 신용도가 불량하니 거래하지 말라”는 얘기를 퍼뜨렸다. 얘기를 듣고 한국 기업 B사가 실제 A은행과의 거래를 끊자 A은행 채무 담당자는 곧바로 무보 호찌민 지사를 찾아와 대금을 갚겠다고 나섰다.

상대방의 실수를 채권 추심에 역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멕시코의 한 의류원단 수입 업체는 “한국 업체로부터 물건을 사오지 않았다”고 발뺌하며 3만달러의 대금을 결제해주지 않았다. 무보가 “거래 서류가 있다”고 답하자 이 업체는 급기야 무보 사무실에 침입해 서류를 훔쳐 가려고 시도하다 실패했다.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범행을 확인한 무보는 절도 미수 사건을 빌미삼아 지난해 채권 전액을 회수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