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중국서 다진 체력으로 두바이 등 '메가시티' 공략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질주’를 이끈 것은 단연 해외사업의 고성장이었다. 하지만 해외매출의 80% 이상이 중국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에 집중돼 있다. 화장품 한 품목에만 주력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지속 성장하려면 ‘넥스트 차이나’ 전략이 절실하다는 진단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9일 창립 70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중동, 중남미를 비롯한 신규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은 이 같은 고민의 연장선상이다. 서 회장은 “내년에 중동, 내후년에 중남미에 진출해 아모레퍼시픽만의 혁신적인 ‘아시안 뷰티’를 전파하겠다”며 “중동의 중심인 두바이와 사우디아라비아,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 중남미에선 브라질과 멕시코 등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다진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아직 진출하지 않은 새로운 권역을 개척하겠다는 구상이다. 동남아·서남아에서도 기존 진출국인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외에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등으로 영역을 넓혀 해외 매출을 다변하기로 했다.
아모레, 중국서 다진 체력으로 두바이 등 '메가시티' 공략
서 회장은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대도시를 뜻하는 ‘메가시티(mega city)’를 우선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메가시티는 현재 30여개가 있고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 몰려 있다”며 “화장품과 같은 생활문화재는 유행과 혁신에 개방적인 메가시티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들어 ‘아시안 뷰티 연구소’를 세워 아시아 주요 15개 도시를 기온, 강수량 등에 따라 분석하는 등 ‘지역 맞춤형 화장품’을 연구하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신규 진출국 여성들의 피부를 연구하고 중국도 화북, 화동, 화서, 화남 등으로 권역을 더 세분화했다.

서 회장은 “신흥시장에서도 회사의 5대 주력 브랜드인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벌일 것”이라며 “해당 국가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참신한 브랜드”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워 2020년 매출 12조원, 해외매출 비중 50%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이 4조7119억원, 해외매출 비중은 18%(8325억원)임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목표다. 서 회장은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던 미국에서도 작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며 “여러 국가와 유통채널에 도전하고 혁신해야 100년 가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실적에 악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질문에 서 회장은 “현재까진 별 영향은 없다”며 “중국의 화장 인구가 1억5000만명을 넘어 5억명까지 늘어날 전망인 만큼 보다 긴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오산=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