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지속되는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세수가 지난해에 비해 증가하는 ‘기(奇)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법인과 개인사업자들의 지난해 실적은 줄었지만 이들이 낸 법인세와 소득세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의 일부 구간을 변경한 데 따른 영향도 있지만 탈루 유형에 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해 이를 징세에 활용한 국세청의 ‘치밀함’도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데이터의 힘…경기부진에도 세수 대폭 증가
○최고세율 과표 조정 등 영향

9일 국세청이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2015년 세수 현황’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내국세 세수는 129조9311억원으로 지난해(119조2068억원)에 비해 10조7243억원(9.0%) 늘었다.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전 세목이 증가했다. 법인세는 24조199억원이 걷혀 10.1% 늘었고, 소득세는 35조4921억원으로 14.7% 증가했다. 상속·증여세도 2조7765억원으로 14.7% 불어났고 유류세 등 에너지·환경세와 증권거래세, 종합부동산세 등이 포함된 기타세목 역시 26조2887억원을 기록, 지난해에 비해 16.6% 늘었다. 수입 감소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내수 부진이 심화되면서 부가세만 0.3% 감소했다.

소득세가 큰 폭 늘어난 데는 소득세 최고세율 과세표준 구간이 낮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최고세율 38%가 적용되는 과표기준을 연 소득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췄다. 연 1억5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들의 세금 부담이 높아진 것이다.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띤 영향으로 양도소득세는 물론 상속·증여세도 전년보다 많이 걷혔다.

○빅데이터 효과 ‘톡톡’

하지만 과표구간 조정, 부동산 거래 증가 등으로 인한 세수 증대 효과는 많아야 1조~2조원에 그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다른 중요한 요인이 있다는 뜻이다. 조세 전문가들은 국세청이 올해부터 활용한 빅데이터가 효과를 본 것이라고 분석한다.

국세청은 올해부터 법인세, 부가세, 소득세 등 자진신고하는 세목에 대해 사전 안내를 하고 있다.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개별 기업이나 사업자별로 어떤 항목은 공제를 받지 못할 것 같으니 감안해서 신고해야 된다든가, 작년 신고한 항목 중 비용 부문이 과다 신고된 것 같으니 올해 신고 시 참고하라는 식이다. 사전 안내 대상도 간추렸다. 종합소득세는 50만명, 부가세는 사업자 67만명에게 탈루 유형 및 사후 검증 항목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했다. 탈세 가능성이 높은 사업자들에게 미리 ‘경고’한 셈이다.

국세청이 이처럼 정교한 사전 안내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동안 구축한 세금신고 빅데이터 덕분이다. 국세청은 2011년까지 법인세 등에 대해 사전 안내를 했지만 사업자들의 반발만 불러일으켰을 뿐 뚜렷한 세수 증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들의 매출 등 실적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추정에 의한 신고안내를 내보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1년 전자세금계산서가 도입된 뒤 사업자들의 매출에 대한 상세한 통계가 가능해졌고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신고실적이 축적되면서 업종별·기업별로 정확한 세금 안내가 가능해진 것이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사후 검증을 사전 안내로 바꾼 뒤 소득세 법인세 등의 성실신고가 늘어나면서 세수가 크게 증가했다”며 “효과가 입증된 만큼 향후 성실신고 안내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