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은행장(오른쪽)과 유주선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내년부터 차등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7일 합의했다. 신한은행 제공
조용병 신한은행장(오른쪽)과 유주선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내년부터 차등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7일 합의했다. 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이 내년부터 부지점장급 이상 관리직을 대상으로 ‘차등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만 55세 또는 56세 직원에게 일괄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다른 은행들과 달리, 직무 역량 및 성과 우수자는 임금피크제 적용 없이 만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신한은행 제도의 골자다. 국내 은행권에서 처음 도입하는 방식이다.

○차등형 임금피크제 실험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유주선 노조위원장은 정년 60세 연장 법제화에 맞춰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7일 합의했다. 내년 1월 만 55세가 되는 직원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되 대상을 ‘과·차장급 이하’와 ‘부지점장 이상’ 두 그룹으로 나누기로 했다.

신한은행 '성과 연동 임금피크제' 첫 도입
과·차장급 이하 직원은 만 55세가 되는 해부터 일괄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적용 첫해에는 직전 연도 급여(성과급 제외)의 80%를 지급하고 이후 지급액은 70·60·50·40%로 매년 10%포인트씩 낮추는 방식이다. 만 55~60세까지 5년간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1년치 급여의 300%만 주되 정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부지점장 이상 관리자급 2500명에 대해선 차등형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만 55세가 되는 해에 일괄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대신 개인별 역량·성과에 따라 임금피크제 적용시기를 달리 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내년에 만 55세가 되는 A지점장이 정년인 만 60세까지 뛰어난 성과를 올리면 종전 급여의 100%를 주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국민·하나은행 등이 일부 고성과 지점장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유예하고 있지만, 부지점장급 이상으로 확대 적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직무역량 우수자, 성과우수자 판정 기준은 추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성과자가 아닌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임금피크제에 따라 만 60세까지 근무하거나 희망퇴직을 신청해 특별퇴직금을 받고 완전 퇴사, 희망퇴직 후 시간제 관리전담직으로 최대 3년간 재취업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시간제 관리전담직은 하루 2시간씩 지점 영업업무를 돕고 연 2000만원의 급여를 받는 조건이다. 내년 차등형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첫 적용 대상은 부지점장급 이상 2900명(8월 기준) 중 150명이 될 전망이다.

○시중은행, 임금피크제 마무리

신한은행 '성과 연동 임금피크제' 첫 도입
신한은행에 앞서 주요 은행들은 정년연장에 대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2008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5월 새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작년까지 만 55세 때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급여의 50%를 일괄 삭감하던 방식을 올해부터 (1)월급 50% 받고 정년까지 일하거나 (2)27개월치 특별퇴직금을 받고 희망퇴직을 택하거나 (3)일선 영업현장에서 뛰며 기존 연봉의 최대 150%를 받는 등 선택지를 넓혔다.

농협은행도 최근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노사합의를 이뤘다. 내년 1월부터 만 57세가 되는 직원을 대상으로 4년간 시행할 계획이다. 4년간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연도 급여의 200%를 나눠 받는 조건이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중 가장 앞선 2005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만 55세가 되는 해부터 5년간 연 급여의 70·60·40·40·30%를 받는 식이다.

이달 1일 출범한 KEB하나은행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임금피크제를 따로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은 만 55세부터 5년간 직전 연도 급여의 250%를 받고, 외환은행은 만 56세부터 4년간 직전 연도 급여의 170%를 받는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씨티은행, 지방은행들은 아직 임금피크제 도입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태명/박한신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