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급락 '쇼크'] 수출이 무너진다…6년 만에 최대폭 '곤두박질'
지난달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유가 하락과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악재가 수출 전선을 짓눌렀다. 국내 경제 전반에 대한 경고음도 높아졌다. 정부의 ‘3% 성장론’은 단순한 목표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본격적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선박 수출 급감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수출액이 393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7%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 5월 두 자릿수 감소세(-11.0%)를 나타냈던 수출은 6월(-2.6%)과 7월(-3.4%) 들어 감소폭이 다소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지난달 들어 다시 크게 확대됐다.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 줄어든 349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액 감소폭도 전달(-15.3%)보다 더 커졌다. 무역수지는 43억5000만달러로 2012년 2월 이후 43개월째 흑자 행진을 지속했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다.

수출 감소폭이 이처럼 확대된 가장 큰 이유는 유가다. 작년 8월 배럴당 평균 96.6달러에 거래되던 두바이유는 지난달 평균 47.8달러로 1년 새 50.6% 떨어졌다. 지난달 석유제품 수출액이 40% 이상 감소한 원인이다.

윤갑석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올 들어 유가로 인한 수출 감소분은 평균 23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달엔 30억달러를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은 선박 수출에도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선박 부문의 수출 실적은 51.5%(17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지난달 각각 미국과 영국으로 인도됐어야 할 대형 시추 드릴십 두 척의 인도가 미뤄진 것이 결정타였다. 수출 예상 금액은 총 11억달러였다. 윤 무역정책관은 “유가가 하락하자 선주 쪽에서 유전개발용 해양 플랜트 인도를 2017년 2월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면서 다음달에도 선박 수출 실적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윤 무역정책관은 “저유가 기조가 유지된다면 다음달 수출 예정인 6억2000만달러짜리 시추 드릴십 인도도 연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내수 불황 악재까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경기 부진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체 수출 금액 중 대(對)중국 수출액은 30%에 육박한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8% 줄었다. 7월(-6.4%)에 비해 감소폭이 확대됐다. 중국 톈진항 폭발 사고로 인해 1억달러어치 석유화학 제품이 우회항로를 찾는 데 실패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수요가 둔화하면서 지난달 철강 품목 수출액은 22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대비 17.4% 감소했고, 자동차 부품(16억6000만달러) 역시 15.9% 줄었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으로의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일반기계 품목 수출(30억7000만달러)도 전년 동기보다 15.5%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저유가 기조는 일부 석유화학 품목 등을 제외하면 한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호재인 것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 중국 등 세계 경기가 부진하면서 이 공식이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반기 수출 전망도 부정적이다. 하반기 국제유가 상승이 불투명한 데다 중국 경기 불안과 미국 금리 인상 등 부정적 요인들이 여전히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달 기아자동차의 K5와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등 신차가 대거 출시되면서 그나마 수출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감소폭이 완화되는 수준에 그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