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젊은층 떠나고 노인만 남는다

30년 개발이슈 없는 개봉동
월 20만원이면 방 구하지만 젊은층 거주 꺼리고 노인만

재건축 눈앞에 둔 개포1동
매매가 10억, 전세는 2억원…"나이든 부모님 모시기 좋아"

"서울이 복지 혜택 좋다"…경기도에서 이주해 오기도
[서울 변두리가 늙어간다] 개봉·번동 등 개발 정체로 주택 노후화…싼 임차료에 노인 몰려

서울 풍납1동의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12.8%로 서울 평균(12.0%)보다 높다. 2005년만 해도 6.1%로 서울 평균(7.2%)보다 낮았다. 10년간 노인인구 비율 증가 속도가 112.1%로 서울 423개 동 중 6위다. 주민들은 그 원인을 2001년부터 시작된 각종 건축규제에서 찾았다. 1997년 한창 재개발을 추진하던 중 곳곳에서 백제 초기 유물이 발굴됐고, 그 이후 이 일대의 개발이 중단된 것이다.

풍납1동의 사례에서 보듯 지난 10년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지역에는 대부분 개발 지연에 따른 노후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이 임차료가 상대적으로 싼 이들 지역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다. 일부 지역에서는 서울의 높은 복지 혜택을 누리려 경기 인근지역 등에서 이주해 오는 ‘복지 피난’ 현상도 확인됐다.

개발정체가 고령화 가속화

소위 ‘강남 3구’로 불리는 강남구와 송파구에서도 노인인구 비율이 2배 이상 증가한 곳이 있다. 송파구 가락1동(115.6%)과 강남구 개포1동(101.9%)이다. 모두 재건축을 목전에 둔 낡은 아파트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락1동 가락시영아파트는 2013년 이주가 끝났고 개포1동 개포주공1단지도 사업시행 1단계를 밟고 있다.

개포1동에서 만난 주민들은 “건물이 낡아 임차료가 싸다”는 말로 요약했다. 1982년 지어진 개포주공1단지는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 56㎡ 소형 아파트 매매가가 9억9000만~10억원에 이르지만 전세는 2억2000만원,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 정도다. 정유신 행운공인 대표는 “나이 들고 이혼해서 오거나 실버타운에 가기 싫다는 부모를 이 아파트에 모시는 사람도 있다”며 “주변에 녹지가 많고 양재천이 가까워 산책하기도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이만큼 좋은 곳도 없다”고 말했다.

구로구 개봉2동(106.2%)도 비슷하다. 1980년대 구로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거주하는 주택가가 형성된 이후 30년간 큰 개발 이슈가 없었다. 신석금 서울공인 대표는 “이곳은 고인 물과 같은 동네로 젊은이들은 번화한 곳으로 떠나고 원래 살던 사람들만 남아 노인이 돼가고 있다”며 “월 20만원이면 방을 구할 수 있을 만큼 임차료가 저렴하지만 젊은 사람이 좀처럼 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원태정 개봉2동주민센터 노인복지담당관은 “출근시간 개봉역에는 내리는 사람은 없고 타는 사람만 있다”며 “경제활동을 할 만한 곳이 없어 새로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주택 재개발이 비교적 활발한 강북권에서는 재개발로 밀려난 노인들이 개발 지체 지역으로 몰려들면서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강북구 번3동(138.8%)은 길 건너 성북구 장위동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옮겨 온 노인층이 적지 않았다. 중랑구 면목4동(108.5%) 등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면목4동에서 30년간 세탁소를 하고 있는 한 주민은 “재개발로 낡은 주택이 허물어지고 아파트가 생기면 세 들어 살던 노인들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중랑구 인근은 물론, 중구 신당동 등에 살다 이사 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복지혜택 위해 이사 오는 ‘복지피난’

경기와 인접한 일부 지역에서는 서울의 더 나은 복지 수준에 이끌려 이주해온 노인도 있었다. 도봉구 방학1동(100.4%) 주민센터 관계자는 “경기보다 나은 서울의 복지 혜택 때문에 가까운 의정부 등지에서 이주해 온 노인들이 있다”며 “방학1동에서만 한 해 20명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복지제도가 ‘서울형 기초생활보장제도’다.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월소득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의 합계가 가족 1인당 43만7454원이어야 적용받지만 서울형은 62만4935원으로 기준이 상대적으로 낮다. 갑작스러운 생활고에 처했을 때 한시적으로 생활비를 지원하는 ‘서울형 긴급복지 지원’과 차상위계층까지 주거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주택바우처’도 노인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지난해 의정부에서 방학1동으로 이주한 김모씨(72)는 4년 전 자녀 6남매 중 한 명의 소득이 올라 정부 기초생활보장 지원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로 옮겨오면서 2013년부터 시행된 서울형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적용받고 있다. 재작년 안양에서 금천구 독산3동(116.6%)으로 온 박모씨(69)도 안양에서는 제도 자체가 없어 받지 못하던 주택바우처를 지원받았다.

이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별로 특화된 복지 혜택을 고른다는 점에서 ‘복지피난’보다는 ‘복지쇼핑’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각 구에 집행하는 관련 지원금을 차별적으로 올려주는 등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그래픽=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 지도 보는 법
노인인구 증가 속도 붉은색일수록 빨라


지난 10년 동안(2005~2014년) 서울시 423개 행정동의 노인인구 비율 증가 속도를 색깔로 구분해 표시했다. 빨간색은 노인인구 비율이 가장 빠르게 늘어난 지역으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한 곳이다. 주황색으로 표시된 곳은 노인인구 비율이 80% 이상 늘어난 지역이다. 노란색은 노인인구 비율 증가율이 서울시 평균(67.4%)보다 높은 지역이다. 서울 변두리가 빠르게 늙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서울 가장자리에 있는 금천구 시흥2동(77.2%) 시흥3동(76.8%)은 노인인구 비율 증가율이 주황색 지역에 육박하지만 기준선인 80%에 미치지 못해 노란색으로 표시됐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14개 행정동은 노인인구 비율 증가 속도가 느린 지역(30% 미만)이다. 변두리에 있으면서도 노인인구 비율 증가 속도가 매우 느린 것으로 나타난 진관동 상암동 내곡동 세곡동 강일동 중계1동은 서울의 대표적 개발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중계1동은 대치동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 학원가로 학생과 젊은 부부가 많이 살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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