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마이크론과 격차 벌려…종합순위도 3위 노려
글로벌 반도체업계 M&A 쓰나미에 '선제대응' 측면도

SK하이닉스가 25일 단일 건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M14을 준공함에 따라 반도체 양산능력이 급격히 배가될 전망이다.

300㎜ 웨이퍼 전용공장으로 총 15조원이 투입되는 M14은 생산 기반을 미리 확충하는 혁신적 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M14 투자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SK하이닉스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와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27.6%의 점유율을 기록해 '부동의 선두' 삼성전자(44.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일본 엘피다를 합병한 미국의 마이크론그룹은 점유율 21.2%로 SK하이닉스와 6.4%포인트의 격차가 났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SK하이닉스와 25~27%대 점유율로 박빙의 경쟁을 펼쳤지만 작년 4분기부터는 조사기관별로 4~5%포인트 떨어지며 일정 폭의 격차가 벌어졌다.

SK하이닉스의 선전 덕분에 메모리 시장에서는 '반도체 코리아'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D램 매출 점유율은 삼성과 SK하이닉스의 합계가 70%, 모바일 D램 부문에서는 80%를 돌파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등)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점유율 순위에서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인텔(13.3%)이 1위, 삼성전자(11.2%)가 2위를 달렸고 3~5위에 퀄컴(5.2%), SK하이닉스(5.1%), 마이크론(4.5%)이 자리했다.

SK하이닉스는 종합 반도체 순위 톱10 중 점유율 상승폭이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M14의 안정적 가동 이후 그간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메모리 시장에서는 안정적 2위, 메모리·비메모리를 더한 종합 순위에서는 인텔·삼성에 이어 3위로 치고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우려되는 대목도 있다.

우선 D램 계약가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등락은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생산기반 선점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공급과잉의 우려도 '양날의 칼'처럼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문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반도체 시장은 과거에도 과점업체들간 대규모 설비 증설경쟁으로 '치킨게임' 양상을 띠기도 했다.

세계 반도체 업계에 '인수합병(M&A)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3월 NXP반도체가 프리스케일(Freescale)을 118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신호탄을 쏘아올린 M&A 전쟁은 5월말 HP에서 분사된 싱가포르의 무선통신·데이터저장용 반도체기업 아바고(Avago)테크놀로지가 미국 반도체회사 브로드컴(Broadcom)을 업계 최고 기록인 37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이어 세계 최대 반도체회사 인텔이 칩 전문기업 알테라(Altera)를 167억달러에 인수합병하면서 업계 전체를 소용돌이에 빠트렸다.

IC인사이츠의 맥클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반도체 산업의 M&A 가치가 726억달러에 달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 쯔광그룹(紫光集團)이 세계 3위 반도체 D램기업 마이크론의 인수를 공개 제안한 것도 일종의 사건이었다.

SK하이닉스의 M14 대규모 투자는 M&A를 통한 반도체 업계의 '몸집 불리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