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25일 열린 M14 신공장 기공식.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의 현황 보고가 끝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올랐다. 2년7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나서는 부담 탓인지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다.

최 회장은 먼저 내외 귀빈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잠시 머뭇거린 뒤 “개인적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8·15 특사’로 출소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환영사 뒷부분에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SK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할 때는 표정이 상기됐으며 목이 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준공 축하행사가 끝난 뒤 박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수고하셨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답했다.

SK그룹과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의 공식 복귀무대’인 이번 행사를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신중하게 준비했다. 북한의 지뢰도발 이후 남북 고위 당국자 간 협상이 길어지면서 박 대통령 방문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전날인 24일 밤까지 행사 연기를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5일 새벽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박 대통령도 예정대로 준공식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SK도 천신만고 끝에 최 회장의 복귀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최 회장은 26일 열리는 고(故) 최종현 회장 17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중국으로 떠난다. 경영 복귀 뒤 첫 해외 행보다. 중국에서 장쑤성 SK하이닉스 우시 공장과 우한시에 있는 SK이노베이션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경제사절단으로 참가하지는 않지만 오는 9월4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방중 기간까지 중국에 머물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의 해외 출장에는 유정준 SK E&S 사장(SK 글로벌성장위원장), 박 사장 등이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첫 해외 현장으로 중국을 선택한 것에 대해 SK그룹은 “국내에서 경제활성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가장 연관성이 높은 중국 현지 점검이 빠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난 14일 출소 직후 1주일 동안 주요 계열사 사업장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잇달아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이천=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