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상고 출신 '영업통' 함영주 행장 발탁
“나 같은 사람도 행장이 되는 곳이 하나금융그룹이란 점을 외환은행 직원들이 알게 된 만큼 불안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나·외환은행을 통합한 KEB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으로 내정된 함영주 하나은행 부행장(충청영업그룹 대표·사진)은 24일 대전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총자산 약 347조원의 국내 최대 은행을 이끌게 된 부담감 때문인지 그는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함 행장 내정자는 “하나·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무를 부여받았다”며 “가슴으로 두 은행 직원을 아우르는 덕장(德將)의 리더십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첫 일정으로 25일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만나기로 했다. 함 행장 내정자는 KEB하나은행의 경영방향에 대해선 “큰 은행이 아닌 강한 은행, 위대한 은행의 초석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신망 두터운 ‘영업통’

함 행장 내정자는 36년간 은행에 몸담았지만 금융권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본점 근무보다는 주로 지방의 일선 영업현장에서만 일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웬만한 은행 임원들은 다 아는데 솔직히 함 부행장은 잘 모르겠다”고 할 정도다. 그런 만큼 그의 통합은행장 내정은 예상치 못한 일이란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에서 함 행장 내정자는 모두가 인정하는 ‘영업통’이다. 그는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해 지금까지 개인·기업영업 등 야전에만 몸담았다. 서울은행 수지지점장,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 하나은행 남부지역본부장을 거쳐 2013년부터 하나은행 충청영업본부를 총괄했다.

함 행장 내정자는 흔히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은행 본점의 전략·기획업무를 맡아본 적이 없다. 이런 이력의 단점을 그는 뛰어난 영업력으로 극복했다. 2013년 지역밀착형 영업으로 충청영업본부를 하나은행 내 영업실적 1위에 올려놨다. ‘지역사랑통장’ ‘1인1통장, 1사1통장 운동’ 등 발로 뛰는 영업을 통해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함 행장 내정자가 묵묵히 일하는 스타일이어서 덜 알려졌지만 영업력이라는 확실한 장점을 갖고 있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회장과 같은 서울은행 출신이기도 하다.

특유의 인간미도 함 행장 내정자의 강점으로 꼽힌다. 그의 별명은 ‘시골 촌놈’이다. 촌스럽고 편안해 보이는 시골 사람처럼 항상 낮은 자세로 직원들을 대한다는 점에서 붙은 별명이다. 충청영업그룹 1000여명의 직원 이름을 거의 기억할 만큼 친화력도 뛰어나다. 하나금융에선 함 행장 내정자가 이런 강점 덕에 통합은행장으로 내정됐다는 얘기가 많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서로 다른 조직문화를 지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하나로 묶는 데 함 행장 내정자의 소통능력과 친화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질적으로 1등 은행 만들겠다”

함 행장 내정자는 다음달 1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통합 KEB하나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그는 이날 “(나도) 과거 하나은행에 합병된 서울은행 출신으로 외환은행 직원들의 걱정과 심정을 안다”며 “직원들과 인간적으로 소통하고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은행 직원들이 나를 보면서 ‘역시 이 조직은 열정과 성과로 평가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두 은행의 유기적 통합을 3개월 내에 마무리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25일 만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함 행장 내정자는 “(두 은행 간) 갈등이 없을 수 없겠지만 감성과 섬김의 자세로 이른 시일 내에 조직 융합을 이루겠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근시안적으로 (노조에) 끌려다니지는 않을 것”이라며 “(노조의 무리한 요구 등) 비합리적인 상황에선 직을 걸고 몸을 던져 일하겠다”고 말했다.

경영방침과 관련해선 ‘강한 은행’을 제시했다. 함 행장 내정자는 “규모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1위 은행을 만들겠다”며 “직원이 행복하고 소비자로부터 ‘역시 통합하니까 다르다’고 평가받는 은행이 되도록 초석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 함영주 내정자는…

△1956년 충남 부여 출생 △강경상업고 △단국대 회계학과 졸업 △서울은행 입행(1980년) △하나은행 남부지역본부장 △하나은행 부행장보 △하나은행 부행장(충청영업그룹 대표) △KEB하나은행장 내정

대전=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