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둔화로 지금도 힘든데…" 기업, 북한 포격도발에 노심초사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긴장이 높아지자 기업들은 경영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 현장은 별다른 동요 없이 평상시와 같이 업무에 임하는 모습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북한의 도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돼 경영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업들은 일단 사태 추이를 관망하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 시한으로 정한 22일 오후 5시 이후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임원 출장이나 회의를 취소하는 등의 비상조치 없이 평상시와 같이 업무를 진행하면서도 사태 전개를 예의주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이 이번에도 일회성으로 그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장기화될 경우 여기에 맞춘 비상 경영 계획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 공장 중 가장 북쪽에 있는 기아자동차의 경기 화성과 소하리 공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아직 없다”며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이 얼마나 갈지 일단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LG디스플레이는 공장이 파주에 있어 북한의 도발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생산 일정 등을 그대로 소화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울산사업장에서 “SK그룹의 주력 사업인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반도체는 국가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사업인 만큼 시설 보안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민간기업도 한마음 한뜻으로 같이해야 한다”며 “국가 인프라를 문제없이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그 출발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대주주가 외국 기업인 자동차업체들도 평상 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미국 본사도 남북 대치 상황에 익숙해 아직 별다른 대응은 없다”며 “다만 사태가 더 커지면 본사 차원의 지시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올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낸 항공과 여행업계는 북한 리스크 때문에 또다시 피해를 입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한다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