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돈으로 술집에 드나들거나 가족수당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부당하게 타낸 공공기관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정부가 방만경영 근절과 부채 감축을 골자로 한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공기관들의 크고 작은 비리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한 유용 수두룩

'혈세 도둑' 공공기관 무더기 적발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실시한 각 부처 감사 결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직원 19명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518만원의 가족수당을 부당하게 챙겼다. 배우자가 공무원이거나 공공기관에 근무할 경우 가족수당을 중복으로 받을 수 없는데 이를 속이고 가족수당을 추가로 타낸 경우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직원 11명도 2010년부터 지난 4월까지 가족수당 2541만원을 부당하게 타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직원 3명도 비슷한 수법으로 307만원을 받아냈다가 이번 감사에 적발됐다.

법인카드를 함부로 쓴 공공기관도 수두룩했다. 한국특허정보원 직원들은 2013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15차례에 걸쳐 술집에서 124만원을 유용했다. 법제연구원 연구위원 3명도 자택 근처 갈빗집과 횟집 등에서 입증자료 없이 회의비 명목으로 200만원 이상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5명은 근무일이 아닌 토요일과 근무지가 아닌 곳에서 식사비용 330만원을 증빙자료 없이 법인카드로 해결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회의 참석자 수를 속이는 방법으로 법인카드를 100만원가량 더 사용하다가 적발됐다.

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퇴직자 2명에게 퇴직위로금을 주기 위해 실제로 만들지도 않은 사내 교육자료를 제작한다는 명목으로 2200만원을 지급하다가 꼬리가 잡혔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직원 93명에게 성과급 1억8423만원을 과다지급했고, 89명의 인건비 1억5375만원을 원장 마음대로 추가 지급한 것이 감사에 걸렸다.

줄줄 샌 병원 예산

교육부 감사를 통해 적발된 공공기관 중에는 국립강릉원주대 치과병원 비리가 가장 두드러졌다. 법적 근거 없이 직원 30명에게 연구보조비 3억6000만원을 줬고, 해외 학술대회 참가 경비를 이미 받은 교수 28명에게 845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도 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폐지된 연차보전수당 명목으로 32명이 1억9180만원을 챙겼고, 급여성 수당을 별도로 만들어 58명에게 2억9525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했다.

또 병원장 등 2명은 2011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업무용 차량을 사적 용도로 이용하면서 유지비 1076만원을 병원 예산으로 처리했다. 인건비를 부풀리고 진료비를 부당하게 챙기면서도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보철재료 납품업체 60곳에 운영자금이 부족하다며 관련 재료비 8억691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채용 과정도 비리 투성이였다. 계약직을 고용하면서 관련 법상 금지된 연령 지역 등을 서류전형 평가요소에 포함시켰고, 정규직 16명을 특별 채용할 때는 인사위원회 심의도 거치지 않고 서류전형과 면접시험 없이 고용해 논란이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병원장을 포함해 33명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고 부당하게 지급된 11억2001만원은 회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