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FURN 국제가구전시회.
KOFURN 국제가구전시회.
최근 중소기업 협동조합 가운데 모범 사례로 거론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조합은 회원사가 처한 어려운 현안에 대해 실질적 해법을 제공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회원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쏟아내고 있다.

○가구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

1962년 설립된 가구조합은 서울경인가구공업협동조합 등 11개 지방회원조합으로 구성됐으며 800여개 제조업체로 이뤄져 있다. 가구조합이 주최하는 대표적 행사는 올해로 26회째를 맞는 KOFURN 국제가구전시회다. 가구조합은 올해 이 행사를 사상 최대 규모로 열기로 했다. 1000부스 면적에 250여개 업체가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가 될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이케아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가구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 중소 가구업체들도 함께해야 한다고 판단해 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구조합연합회는 단순히 행사만 하지 않는다. 공동 브랜드를 만들고, 인터넷 쇼핑몰을 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전시회에 참여한 업체 중 우수한 제품을 엄선해 전문 쇼핑몰(www.kofurnmall.co.kr)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전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가구제품 중 우수한 상품은 해외 전시회 등에 출품할 수 있도록 해 해외 시장 개척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연합회는 또 ‘KOFURN’을 공동 브랜드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제품의 질은 유명 브랜드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지만 브랜드 파워가 뒤쳐져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업체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조달시장에만 의존하고 있는 많은 가구업체들에 더 많은 판매 기회를 주는 게 목표다.

최근 한국교원공제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학교장터에 100여개 업체의 2만2000여개 물품을 등록하는 것도 성사시켰다. 조합 관계자는 “가구 수요가 많은 학교들이 가구업체의 중요한 거래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가구조합은 중소기업 간 경쟁 제품에 대한 관리, 가구류 원부자재 공동구매를 통한 업체의 원가 절감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新)협동조합 시대] 가구조합, 사상 최대 가구전 이어 공동 브랜드·인터넷쇼핑몰 추진
○공동구매로 해법 찾아

한국조명공업협동조합은 창립 초기부터 다양한 품목에 대한 공동구매를 추진했다. 공동구매 사업을 통해 자체자금 조성, 자체감사 실시, 산업시찰, 지도교육 정보사업을 해 생산공정을 관리하고 품질을 향상시켰다. 공동구매사업은 단체수의계약을 통해 2000년대 중반까지 순조롭게 이어졌다.

하지만 단체수의계약이 폐지되면서 한때 140억원에 달했던 공동구매액이 2005년을 기점으로 10억원대로 급감했다. 조명조합이 찾은 해법은 ‘새로운 아이템 개발’이었다. 이를 위해 제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키웠다. 2005년 자동점멸기에 들어가는 시계유지칩인 달라스칩을 개발하고 새로운 구매처를 통해 가격을 3600원까지 낮춰 공급해 자동점멸기업체의 제품 마진율을 높일 수 있었다.

조명조합의 공동사업은 많은 성과를 냈다. 조합이 앞장서 기술지원사업을 확대해 연구개발(R&D) 경쟁력을 키우고, 시험검사 및 인증심사 지원 시스템도 구축했다. 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등과 업무제휴 협약을 맺어 업체들에 LED조명 시험시간 단축 등과 같은 혜택도 주고 있다.

○공동물류센터로 생산성 높여

부산에 있는 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은 1999년 부산시와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원으로 녹산국가산업단지에 27만7685㎡(8만4000평)의 부지를 배정받아 협동화 단지를 조성했다. 이 단지에 조합은 조선기자재 공동물류센터를 건립했다. 업체들은 센터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보관 운송 해상운송 납품 등으로 물류센터를 통해 4년간 92억원의 물류비를 절감했다”며 “산학연계 산업단지 교육훈련센터를 운영해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적화된 부지와 시설이 생산성 향상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중소기업연구원은 평가했다. 공동물류센터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조선해양기자재조합은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 제2의 조선기자재협동화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원부자재 공동구매사업, 해외 마케팅 지원사업 등 다양한 사업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정보화 사업으로 매출 증가

1963년 설립된 한국섬유직물수출입조합의 경쟁력은 정보시스템을 구축한 것. 섬유직물 업체들의 해외 시장 개척 및 해외 전시회 지원 업무를 주로 해 오던 이곳은 2009년 정보화 혁신클러스터사업에 선정돼 정보기술(IT)업체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정보화 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과거 1주일 이상 걸렸던 해외 전시회 참가 신청서 접수 과정은 이제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빨라졌다. 전시회 현장에서도 IT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한다. 업체당 참가비용은 과거 2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줄었고, 전시회 참가 인력도 3명에서 2명으로 감소했다. 조합 관계자는 “회원사들은 연간 총 3억달러(약 3000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수익모델 창출

중소기업연구원은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성공한 협동조합의 가장 큰 공통점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비즈니스모델)’을 창출했다는 것을 꼽았다. 이정섭 연구원은 “국내외적으로 성공한 협동조합은 먼저 조합에 가입한 업체들의 상호이익을 위해 공동의 목표를 만들었다”며 “이 과정에서 조합원의 적극적인 협력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업체들의 목소리를 정리해서 대변할 수 있는 ‘리더’도 중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