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단행된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원자재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환율정책을 동원할 정도로 중국 경기가 나빠졌다는 신호로 읽혔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 절하 영향으로 미국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로 표시되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측면도 있다.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원자재는 원유다. 서부텍사스 원유(WTI)는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18% 급락, 배럴당 43.08달러로 마감했다. 2009년 3월 이후 최저다. 장중에는 배럴당 42.98달러까지 떨어졌다. 전날 배럴당 50달러대를 회복했던 브렌트유 역시 다시 배럴당 49달러대로 미끄러졌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중국이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중국 내 수요 감소를 부추길 수 있다.

이날 유가 급락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달 원유 생산량을 하루 3150만배럴로 10만700배럴 늘렸다고 발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12년 4월 이후 가장 많은 생산량이다. 이란이 지난달 핵 협상 타결에 힘입어 증산 움직임을 보이면서 다른 회원국들이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공급 과잉에 ‘위안화 악재’까지 겹치면서 배럴당 30달러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털 공동 창업자는 “가뜩이나 수요가 부진한데 공급만 대폭 늘어나고 있다”며 “기술적 유가 지지선으로 볼 수 있는 배럴당 42달러가 깨지면 30달러까지 빠르게 주저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원자재 값도 이날 동반 하락했다. 구리는 런던상품거래소에서 전 거래일 대비 3.5% 떨어진 t당 5125달러에 거래됐다. 6년 만의 가장 낮은 가격이다.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올 들어 하락세를 나타내던 구리 가격은 이날 위안화 절하 소식에 급락했다. 알루미늄(-2.1%), 니켈(-3.5%), 주석(-3%), 납(-2.1%)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일제히 2% 이상 하락했다.

헬렌 라우 아르고너트증권 원자재 담당 전략가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원자재 가격은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