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 나선 롯데] 롯데호텔 상장·지주사 전환으로 '투명성 논란' 정면돌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 롯데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롯데호텔의 기업공개(IPO)를 결정함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전문가들은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을 합병한 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거나, 유통·제과·금융 중간지주회사를 두는 방안 등이 추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호텔 공개,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신 회장은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영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의 해결책으로 롯데호텔 IPO를 가장 먼저 밝혔다. 롯데호텔 상장이 지배구조 개편의 첫걸음이라는 의미다.

롯데호텔이 상장하면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고 일본 롯데 측의 롯데호텔 지분율이 낮아진다. 롯데호텔 지분 99.3%를 보유한 롯데홀딩스, 광윤사, L투자회사 등 일본 기업들이 IPO 과정에서 구주매출(기존 주주가 보유 중인 주식을 일반투자자에게 공개적으로 매각하는 것)을 하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이 보유 주식을 전부 팔고 나가거나, 지분율을 대폭 낮추면 롯데호텔은 일본 기업이라는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자리를 다양한 국내 주주들이 채우면 경영 투명성도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번 이익을 모두 일본으로 가져간다는 일각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주매출과 신주 발행 과정에서 신 회장이 우호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개연성도 커진다. 신주 모집으로 확보한 자금의 일부를 순환출자 해소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롯데호텔의 기업 가치를 최소 2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신 회장이 롯데호텔 상장 계획을 밝힌 것은 주요 주주인 L투자회사와 롯데홀딩스 등의 경영권을 장악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풀이했다.

○“호텔·쇼핑 합병 통해 지주 출범 유력”

롯데호텔 IPO 이후 롯데그룹의 가장 큰 과제는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현재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 회장이 13.4%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롯데리아, 롯데상사 등 주요 계열사 지분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의 합병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복잡한 지분 구조를 단순화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부 LK투자파트너스 대표는 “롯데호텔이 롯데쇼핑의 계열사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방안도 있지만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자금도 필요한 만큼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며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을 합병한 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두 회사를 합병하면 오너 지분은 건드리지 않고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후 나머지 계열사는 순환출자 고리를 하나씩 없애 나가면서 손자회사로 편입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는 416개 고리의 80% 이상을 연말까지 해소할 계획이다.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을 합병하지 않고 롯데쇼핑을 유통부문, 롯데제과를 식품부문의 중간 지주사로 세우는 방안도 거론된다.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들은 중간 금융지주회사 도입 여부에 따라 행보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일반 지주사 아래에 중간 금융지주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롯데는 롯데호텔(일반 지주사) 밑에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두고 금융 계열사들을 거느릴 수 있다. 도입이 무산되면 오너 일가는 흩어져 있는 금융 계열사 지분을 사들여 직접 보유하거나 기한 내에 처분해야 한다.

김병근/심은지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