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다시 기업가 정신이다] 위기의 대한민국 '해방둥이 기업'에 길을 묻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1945년 설립된 ‘해방둥이 기업’의 창업주 정신이 재조명받고 있다. 한국 경제는 최근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의 부진 속에 구조적인 저성장에 허덕이고 있다. 변변한 산업기반조차 없던 시절, 도전과 개척정신을 밑천 삼았던 해방둥이 기업 창업주의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국내 대표 해방둥이 기업은 한진 아모레퍼시픽 SPC 해태제과 JW중외제약 노루페인트 건설화학공업 등이다. 많은 기업이 일본이 남긴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생겨났지만 70년 풍파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이들은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 사회주의 세력 확산을 저지한 것도 해방둥이 기업의 몫이었다. 외환위기, 글로벌 경제위기 등 숱한 위기를 극복한 한국 경제의 산증인들이다.

해방둥이 기업들은 위기 때마다 ‘창업주의 초심’에서 길을 찾았다. 금융업에까지 진출했다가 1990년대 초반 최대 위기를 맞은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에 올인하라”는 창업회장의 유지로 돌아간 덕분에 오늘날 한류를 이끄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SPC는 사업 다각화에 나선 삼립식품과 달리 ‘빵맛’ 하나로 승부한 샤니가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수송보국(輸送報國)’의 한진, 수액제 외길의 JW중외제약도 고비마다 창업 정신을 되새긴 덕분에 ‘항로’를 이탈하지 않았다. 동물이름 브랜드로 장수하는 노루페인트, 건설화학공업(제비표)의 생존의 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기업가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한 해방둥이 기업의 ‘생존 DNA’야말로 대한민국 경제 기적의 숨은 원동력”이라며 “이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개척정신을 국내외 악재에 신음하는 한국 경제의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