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 여론' 의식 & '제도 실효성 낮다' 판단

이번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는 자녀에게 증여하는 주택·전세자금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부모의 여윳돈을 자식에게 이전토록 유도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른바 '3포 세대' 청년층의 자립을 돕고, 더불어 이들의 소비 여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자녀의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으로 부모가 건네는 1억∼2억원 한도까지 증여세를 물리지 않은 뒤 상속시기가 오면 비과세한 금액을 합쳐 세금을 내도록 하는 '과세 이연' 방식이 주로 논의됐다.

주택자금뿐만 아니라 결혼·양육·교육자금으로 증여하는 경우도 비과세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인 방안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정부는 6일 발표한 '2015 세법개정안'에는 이 내용을 담지 않았다.

비과세 혜택을 볼 만큼의 돈을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는 사람이 고소득층일 수밖에 없어 자칫하면 '부자 감세'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 증여세 면제 한도인 5천만원(미성년자 2천만원) 이상의 전세·주택자금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채 자녀에게 지원하는 게 현실인 점도 고려됐다.

이런 마당에 번거롭게 증명서를 제출하면서까지 이연제도를 이용할 사람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래세대의 자립을 도와줄 방안으로 검토했지만 제도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세법개정안에 넣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세수확보를 위해 대기업의 연구개발(R&D) 관련 지출액에 적용되는 세액공제율을 40%에서 30%로 낮추는 방안도 배제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단기 세수 확보에 치중해 미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재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용요건과 무관하게 세제지원이 이뤄져 온 R&D설비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비율은 대·중견·중소기업에 각각 3·5·10%씩 적용되던 것이 1·3·6%로 하향 조정됐다.

연 11%인 납부 불성실 가산세율을 낮추는 방안도 한때 거론됐지만 이번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