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적 완승" vs "신격호 회장 지시"…롯데그룹 경영권 어디로
롯데그룹 후계다툼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육성 녹음 파일과 임명장을 공개한데 맞서 신동빈 회장측이 반격에 나섰다.

신 회장의 핵심 측근은 2일 "법리적으로는 우리가 유리하다"며 "우리가 완승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그는 최근 방송을 통해 공개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서나 임명장 등이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소송으로 갈 것"이라며 "현대, 두산도 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는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에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서도 "그럼 이때까지 신 회장을 후계자로 인정했다는 것 아니냐"며 "지금까지 인정해놓고 왜 굳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써서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사인을 받은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신 전 부회장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하며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을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임명장을 공개했다.

신 총괄회장이 글씨를 쓰지는 않았지만 서명을 하고 도장도 찍었다는 게 문서를 공개한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다.

상법상 이 문서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상법은 법인 등 기관의 대표이사나 이사 등은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선출되거나 해임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총수 등 특정인이 대표이사나 이사를 해임하도록 지시했을 경우에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만일 기업오너의 해임 지시를 사실상의 인사권으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이사회나 주주총회를 거쳐 결의가 이뤄져야만 효력이 생긴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부회장의 서명이나 직인이 찍힌 인사와 관련된 서명서를 특정 언론에 공개한 것은 부친의 경영권 승계 의중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양측이 '자신이 정당한 후계자'임을 주장하며 여론전을 벌이는 것은 앞으로 있을 한일 롯데의 핵심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에서 표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 개최는 불가피하다. 지난달 28일 신 회장 주도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한 것과 관련해 정관 변경의 필요성 있어서다. 이 자리에서 롯데홀딩스 임원 교체 안건이 튀어나올 수 있고 그와 관련한 주총의 선택에 따라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바뀔 수 있다.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가 베일에 싸여 있어 임원교체 안건 처리를 위한 주총이 열린다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측은 서로 롯데홀딩스 우호지분을 과반 이상 차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9일 신 회장이 일본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 지분을 제외하고도 롯데홀딩스 우호지분을 과반 수 이상 차지했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롯데홀딩스의 의결권은 아버지가 대표인 자산관리 회사가 33%를 지닌다. 나는 2% 미만이지만 32% 넘는 종업원 지주회를 합하면 3분의 2"라고 주장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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