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잔뜩 위축됐던 국내 경기에 조금씩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전체 실물경제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인 산업생산이 광공업생산과 투자가 늘면서 4개월 만에 반등했고,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도 소폭 회복했다. 하지만 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은 내수업종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메르스 악재 딛고…산업생산 넉달 만에 반등
○살아난 산업생산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5% 증가했다. 3월부터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달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기 반등은 광공업생산이 이끌었다. 석유정제(7.7% 증가) 기계장비(5.3%) 자동차(3.1%) 부문 등의 생산이 늘었다. 광공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2%에 달한다. 설비투자도 기계류 등의 투자가 늘어 한 달 전보다 3.8% 증가했다. 건설기성(이미 이뤄진 공사실적)도 토목공사가 늘어난 덕에 전월보다 3.9% 늘었고, 건설수주도 발전·통신 주택 철도·궤도 등이 호조를 보이며 전년 동월에 비해 3.9% 증가했다.

반면 소비는 크게 부진했다. 6월 소매판매는 메르스의 영향으로 전월보다 3.7% 감소했다. 2011년 2월(-5.8%) 이후 4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세월호 참사로 타격을 입은 작년 4월(-0.8%)보다 감소폭이 컸다. 서비스업생산도 전월보다 1.7% 감소했다. 특히 외출·외식이 줄고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감소하면서 예술·스포츠·여가(-13.5%)와 음식·숙박(-9.9%) 부문 수요가 급감했다.

○바닥 찍은 소비심리

정부는 7월부터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는 판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각종 소비지표가 개선되기 시작했다”며 “7월 하반기 대형마트의 매출도 메르스 충격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6~28일 대형마트의 하루 평균 매출은 5월보다 3.3%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6월보다 4포인트 오른 70을 기록했다. BSI는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재는 지표다. 100을 넘으면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김병환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소비심리는 확실히 살아났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예전처럼 늘지 않아 서비스업의 회복세는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7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4.7% 감소했다.

○경기회복의 복병 ‘재고율’

제조업 재고율의 상승세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6월 제조업 재고율은 전월 대비 2.7%포인트 오른 129.2%를 기록했다. 2008년 12월(129.9%) 이후 6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제품 출하량은 전월보다 0.8% 늘었지만 물건이 팔리지 않아 오히려 재고가 더 쌓였다는 의미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소비가 증가해도 기업들은 재고 부담으로 생산이나 투자를 쉽게 늘리지 못해 경기 회복이 더딜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