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영업부문 총괄 '2인자' 자리 신설
하나금융그룹이 오는 9월1일 출범 예정인 하나·외환은행 통합법인 KEB하나은행(가칭)에 조직의 절반 이상을 관할하는 ‘영업부문장’ 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영업부문장은 통합은행의 16개 지원·영업그룹 중 9개 그룹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는다. 내부에선 벌써 은행 내 ‘2인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통합은행은 18그룹·25본부·92부인 기존 하나·외환은행 조직을 1부문·16그룹·21본부·59부로 개편한다.

◆영업부문장 역할은

28일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KEB하나은행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통합은행장과 지원·영업그룹 담당 부행장 사이에 영업부문장을 두기로 한 점이다. 영업부문장은 미래금융그룹, 자산관리그룹, 마케팅그룹에 더해 6개 지역영업그룹 등 총 9개 그룹을 총괄한다. 통합은행 내 16개 그룹 중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자리다. 조직도상으로는 통합은행장 바로 아래 있지만 영업전략 수립 및 마케팅에서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는 직책이라는 평가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통합은행의 모든 영업조직은 영업부문장의 관리를 받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 역할은 은행 내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라는 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영업부문장직 신설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김 회장은 경쟁 은행들에 비해 취약한 통합은행의 영업력을 단기간에 강화하기 위해 이 직책을 신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내에선 통합은행장의 권한 분산을 위해 영업부문장을 두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과거 신한금융, KB금융, 우리금융 등에서 빚어졌던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통합은행 내에 ‘2인자’를 두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새 영업부문장에는 하나은행 내 대표적 영업통으로 김 회장의 신뢰가 두터운 함영주 충청영업그룹 부행장이 기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함 부행장은 지난 23일 열린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통합은행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자산관리·호남영업그룹 신설

하나금융은 영업부문장직과 함께 KEB하나은행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조직도 신설한다.

우선 핀테크(금융+기술) 등을 담당하는 미래금융사업본부가 미래금융그룹으로 격상된다. 또 퇴직연금 등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자산관리그룹을 신설한다.

하나금융의 다른 관계자는 “자산관리그룹은 통합은행의 모든 직원을 자산관리 컨설턴트로 만드는 업무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안배 차원에서 호남영업그룹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현재 하나은행엔 충청·영남영업그룹은 있지만 호남은 별도 그룹 없이 영업본부만 두고 있다.

또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지역 영업을 맡는 채널1·채널2 영업그룹을 세분화해 채널3 영업그룹도 신설하기로 했다. 조직개편에 따라 통합은행의 전체 임원 수는 기존 41명(하나은행 22명, 외환은행 19명)에서 30여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