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자금에 한해 2억5000만원까지 증여세 부담을 덜어주기로 한 것은 이른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 세대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자녀 세대를 지원할 수 있도록 세금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본처럼 증여세를 즉시 면제해주는 것이 아니라 과세를 유예하는 방법을 채택했기 때문에 ‘부(富)의 대물림’ 논란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산층 증여세 부담 완화…부모 돈 '3포 세대'에 넘겨 주택거래 촉진
○‘3포 세대’를 위한 세제

주택자금에 대한 증여세 혜택은 기획재정부가 내달 6일 발표하는 ‘2015 세법개정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구직난으로 자립 기반이 취약한 미래 세대를 부모가 지원하도록 유도해 소비 여력을 끌어올리면서 주택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재부는 기대하고 있다.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1954~1963년생)는 고도 성장기에 자산을 축적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다. 반면 실업난에 시달리는 요즘 청년층들은 결혼 자금을 모으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결혼을 아예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9.5%가 결혼비용 부담 때문에 결혼을 주저한다고 답했다.

청년층은 눈에 띄게 소비를 줄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9세 이하가 가구주인 가계의 평균소비 성향(소득 중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1분기 73.4%에서 올 1분기 70.8%로 떨어졌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빌린 부채 탓이 크다. 30대 가구주 가계의 지난해 평균 부채는 5235만원으로 전년보다 7.0% 늘었다.

현행 세법으론 자산 여유가 있는 부모들도 자녀에게 자금을 지원하기가 부담스럽다고 기재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5000만원 이상만 보태줘도 증여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세제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 주택자금에 대한 증여세 부담을 덜 수 있다면 미래 세대 지원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자녀 세대의 주택 구입 부담이 줄어들면 소비 여력이 커지는 것은 물론 주택 거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 감세’ 시비 넘는 게 관건

기재부는 주택자금 증여세 부담 완화가 ‘부자 감세’ 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세심하게 세제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나중에 상속세 부과 때 합산 과세하기 때문에 증여세를 무조건 면제해주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5년 전부터 주택자금 증여세 일부를 면제해주고 있는 일본과는 방식을 차별화해 부유층보단 중산층에게 유리하게 세제를 설계했다는 것이다.

상속재산이 10억원 이하인 중산층 부모는 현재도 증여세가 면제되는 5000만원과 별도로 2억원을 추가로 증여해도 사실상 증여세를 내지 않게 된다. 상속재산이 10억원을 넘는 부유층 자녀들도 2억원까지는 증여세를 당장 물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생긴다.

증여세 납부가 유예되는 한도인 주택자금 2억원도 수도권 집값을 감안할 때 많지도 적지도 않은 선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방 집값 기준으로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수도권 집값은 평균 3억원을 넘어 자녀가 부모의 지원을 받더라도 스스로 돈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 상속세와 증여세

배우자나 자녀, 손자 등에게 재산을 줄 때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 살아있을 때 주면 증여세, 죽은 뒤에 물려주면 상속세에 해당된다. 적용되는 세율은 1억원 미만 10%, 1억~5억원 20%, 5억~10억원 30%, 10억~30억원 40%, 30억원 초과 50%로 차등 적용된다. 상속세는 배우자 공제 5억원, 자녀 등에 대한 일괄 공제 5억원 등 최대 10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증여세 공제는 10년간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이다.

김주완/조진형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