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고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중남미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멕시코 페소화가치는 사상 처음으로 달러당 16페소 밑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 멕시코 페소화가치는 달러 대비 8.1% 하락했다. 최근 1년간 하락폭은 24%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석유판매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 경제가 유가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내 금리를 올리더라도 멕시코 중앙은행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다른 중남미 국가도 비슷한 처지다. 글로벌 성장률 둔화로 구리와 금, 원유 등 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미 달러가치 상승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외환시장이 가장 먼저 충격을 받고 있다. 구리 수출 비중이 높은 칠레의 페소화가치는 이날 달러당 649.8페소까지 떨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칠레 페소화는 올 들어 6.6% 하락했다.

콜롬비아 페소화 역시 달러당 2673페소까지 밀리며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올 들어 14% 급락했다. 남미의 최대 경제대국인 브라질의 헤알화가치는 연초 달러당 2.65헤알에서 이날 3.19헤알로 떨어졌다. 올 들어 통화가치가 16.9% 추락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 국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에 따라 달러자금의 유입이 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더라도 긴축으로 인한 통화 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호주달러가치도 이날 미 달러화 대비 0.73달러까지 밀리며 6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뉴질랜드달러가치도 올 들어 18% 급락했다. 뉴질랜드는 이날 총리까지 나서 환율 급등을 우려하는 발언을 내놨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