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법제화 한다
정부가 법적 책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민연금기금의 주식 의결권 행사 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민간 자문기구인 현행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법적 권한 없이 투자기업들의 주요 경영전략을 좌지우지하는 데 따르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2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국민연금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의 민간 자문조직인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법적 기구인 ‘주주권행사 전문소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이 위원회에 기금운용 위원 일부를 참여시켜 최종 결정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 9명인 의결권행사 전문위원 수를 고려할 때 기금운용위원 2~3명, 외부 민간 전문가 6~7명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법에 근거 규정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자문기구로 돼있지만 최근 SK(주)와 SK C&C 간 합병에서처럼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행사할 정도로 막강한 권한이 있다. 현재 같은 자문기구인 투자정책 전문위원회와 성과평가 전문위원회 등엔 이런 결정권이 없다.

이 때문에 “법적 권한이 명확하지 않고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위원회가 기업 경영 판단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지적은 500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 시스템이 일관성이 없고 불투명하다는 비판과도 맞닿아있다.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SK(주)-SK C&C 합병안 때처럼 의결권행사 전문위에 넘기지 않고 직접 찬성 결정을 내렸다. 국민연금이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안건을 두고 결정 주체를 달리하자 “도대체 원칙이 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동시에 법에 근거 규정이 없다 보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 선임과 회의 규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개편해 신설하는 주주권행사 전문소위원회는 물론 투자정책 전문소위원회와 성과평가보상 전문소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을 관련 법안에 넣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기금 관리·운용체계 개편안 토론회를 21일 개최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가 연구 용역을 의뢰한 데 따른 것으로 사실상 정부 개편안이다. 기금운용조직을 국민연금공단에서 떼내 공사화하는 방안도 개편안에 담겨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