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내 금리인상 가시화에 강달러 지속…환율 2년만에 1150원 '터치'…수출 숨통 트이나
원화가치 하락세가 가파르다. 16일 장중엔 달러당 1150원대로 떨어졌다. 2년 만이다. 미국 달러가치가 그리스 사태의 혼돈에서 벗어난 뒤 오름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국내 수출업체들을 괴롭혀온 원화 강세 기조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해답은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입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숨가쁜 원화 약세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5원60전 오른(원화가치 하락) 달러당 1149원20전으로 마감했다. 지난 10일(1129원70전) 이후 나흘 연속 상승했다. 장중엔 달러당 1150원40전까지 올라 2013년 7월8일(1152원30전) 이후 처음 115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 속도가 빨라 전문가 전망치를 번번이 넘어서고 있다”며 “올해 안에 달러당 1200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원화가치 하락세는 올초부터 예견됐다. 올해 안에 미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미 금리 인상은 달러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원화를 비롯해 엔화와 유로화 등이 일제히 달러 대비 약세로 기우는 이유다.

엔저(低) 걱정 덜었나

지난달까지만 해도 원화가치 하락폭이 크진 않았다. 저유가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가 넘쳐나면서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계속 팔았기 때문이다. 엔화가치가 원화보다 더 크게 떨어지면서 지난달 초엔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수출업체들의 엔저 충격이 컸다.

원화가치 급락은 이달 초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둔화되면서 시작됐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렉시트 악재가 사그라들자 시장의 관심이 미 금리인상으로 옮겨갔다”며 “큰 산(그리스 악재)을 넘었더니 넓은 강(옐런 의장 발언)이 펼쳐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근 옐런 의장이 연내 금리인상을 거듭 시사하면서 강달러라는 흐름이 더 거세졌다는 설명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기업에 최근 원화 약세는 심리적으로 도움을 준다”며 “원화 대비 엔화약세도 주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활 조짐을 보이는 일본과 달리 한국 경제가 수출 등에서 부진을 겪고 있어서다. 지난달 초 100엔당 890원대까지 하락했던 원·엔 환율은 최근 920원대를 회복했다.

“안도하긴 이르다”

수출 개선을 기대하긴 아직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 오르면 수출 경쟁력은 나아지겠지만 근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이 좋지 않기 때문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엔저를 기반으로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수출경쟁 구도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원화 약세가 언제까지 갈 것이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미 금리인상 시점으로 유력한 오는 9월까지는 원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60원대 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며 “다만 이 정도 오르면 달러 매도가 나오면서 환율이 다시 내릴 것”이라고 봤다. 미국 금리인상 속도나 경기 상황에 따라 연말까지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대호 연구위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은 달러 강세에 ‘베팅’한 역외세력 때문이었다”며 “이들의 힘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유미/황정수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