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이 13일(현지시간) 3차 구제금융 협상 재개에 합의한 것에 대해 안도하는 한편으로 걱정을 나타냈다.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그렉시트)나 금융시스템 붕괴 위기를 모면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향후 협상 과정이 순탄하게 전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강유덕 팀장(유럽통합)은 "그렉시트의 심화가 아닌 완화 쪽으로 이뤄진 결정"으로 평가한 뒤 35억 유로(4조 3천억원)의 유럽중앙은행(ECB) 채권 만기일인 20일이 1차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달 중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상환이 있는데다 8월에 또 ECB 채권 35억유로를 갚아야 하는 등 7∼8월에 채권이 몰려 있어 위기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고 봤다.

협상이 순조롭다면 그리스는 유로존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갚거나 ECB로부터 상환 연기 조치를 받을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위기가 진정될 수 있다.

특히 쌍방이 감정적이거나 주관적 판단이 아닌 합리적 근거에 의거해 협상을 진행하면 향후 그 전개 과정이 한층 순조로워질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반면, 그리스의 재정운영 여지가 굉장히 협소해질 수 있는 점은 불안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긴축을 강요할 경우 집권당 내부나 국민들의 반발로 그리스의 현 정부가 정치적으로 불안해질 수 있다고 강 팀장은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의 김위대 박사(유럽팀장)는 그렉시트 위기 해소로 단기적으로 시장 불안이 완화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그리스가 채권단 합의 내용을 국민투표에 회부하고 수차례 약속 이행에 실패함으로써 신뢰가 깨진 것은 불안 재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달 20일 만기 도래하는 35억 유로의 ECB 채무 상환의 경우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의 브리지론(120억유로 상당)으로 막을 수 있으나 향후 협상이 1, 2차 협상 때보다 훨씬 까다롭게 진행될 것으로 김 박사는 내다봤다.

해외시장도 협상 타결을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리스와 독일 의회의 비준 및 협상 과정 등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네덜란드 라보방크의 마이클 에브리 애널리스트(아태지역연구원)는 "협상 타결과 동시에 초점이 15일로 예정된 그리스 의회의 개혁법안 표결로 이동함으로써 시장이 수많은 '데드라인'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의 분석가들은 그렉시트 위험이 없어진 것을 '득'으로 보면서도 유로존 회원국들 간의 관계 손상을 '실'로 평가한다.

아울러 채권단이 그리스에 유로존 잔류를 대가로 재정 주권을 포기하도록 강요했다고 지적한 뒤 "유로존 민주주의가 끝났다", "삼키기에 너무 쓴 알약" 등이라고 표현했다.

로버트 페스턴 BBC 경제부장도 유로존이나 유럽연합(EU)이 그리스 사태로 모두 큰 상처를 입었다고 논평했다.

특히 지난 5년 간 그리스 정부의 무능과 탐욕 등도 문제이지만 독일 등 유로존 회원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단도 태만과 정치적 불감증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duckhwa@yna.co.kr